넷
고깔모자를 쓰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내일이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기에, 퇴사를 축하한다며(정확히는 경영 상의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언니는 아이스크림과 고깔모자를 내게 건넸다. 어릴 때 이후 고깔모자를 써본 적 없기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보다도 모자를 쓰는 게 더 신이 났다. 나는 모자를 쓰고 거실을 뛰어다녔고 언니는 그런 나를 카메라에 담았다.
언니는 민트 초코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나를 생각해 민트 초코를 담아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모자를 쓴 채 민트 초코를 크게 떠 먹었다. 입 안 가득 민트 향이 퍼졌다.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내가 힘들 때마다 언니는 늘 곁에 있었다. 때론 모진 말로 내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면 아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나 역시 언니가 힘들 때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줬다. 어릴 땐 나와 다른 언니의 모습에 화를 내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다며 문을 쾅 닫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부모를 가지고, 같은 배에서 태어난 우리일지라도 존재는 모두 다르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니를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다보니 이젠 서로를 그러려니, 생각한다. 사랑하고 걱정하기에 한 발 더 다가서는 대신 한 발 물러서는 걸 택한 거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도 고깔모자를 벗지 않는 나를 보며 언니는 웃었다. 나는 보란 듯 크게 브이를 했고 언니는 다시 사진을 찍었다.
가족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 많았다.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나는 방문을 닫았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졌다. 하지만 그 방문을 열고 난 후, 나는 더 이상 혼자 울지 않는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지치면 지쳤다고 말한다. 그럼 언제나 그렇듯 언니가 내게 다가오고 나를 위로해준다.
고깔 고깔, 낮게 중얼거리면 나를 걱정하는 언니의 마음이 느껴진다. 참으로 귀하고 고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