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비둘기가 날아간다. 제 몸만 한 날개를 활짝 펼친 채 파닥파닥 소리를 내며. 한 마리가 날자 다른 한 마리도 따라 날고, 남은 한 마리 역시 하늘을 향해 몸을 던진다. 바닥에서 콘크리트 외벽 건물로, 건물에서 가느다란 전깃줄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높은 곳에서 더 높은 곳으로.
며칠 전 퇴근길에 비둘기 한 마리를 봤다. 하늘을 날다 적당한 곳에 착지하려던 비둘기는 속도를 늦추며 낮게 날았고 그즈음 골목 끝에서 자전거 한 대가 유유히 다가왔다. 비둘기는 자전거를 보지 못한 듯 자신이 생각한 지점을 향해 날았고 자전거 역시 앞만 보고 달렸다. 비둘기가 땅에 착지하려는 순간, 자전거가 멈췄다. 비둘기는 당황한 듯 허공에서 날개를 퍼덕였고 몇 초쯤 떠 있었다. 5초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비둘기는 자전거에 부딪칠 뻔 했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여러 번의 날갯짓을 했다. 멀어지는 자전거와 함께 비둘기는 다시 날아올랐고 간판 위에 앉아 날개를 몇 번 퍼덕였다.
어제는 차에 깔려 죽은 비둘기를 보았다. 비둘기는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납작하게 깔려 죽어 있었다(주변에 날리는 깃털과 핏자국이 없었더라면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아무도 모를 터였다). 사고가 난 곳으로부터 몇 미터 떨어진 곳까지 죽은 비둘기의 털이 흩날렸고, 사고 지점엔 아직 마르지 않은 피가 붉게 깔려있었다. 이미 죽은 비둘기의 피와 날리는 털은 사람들로 하여금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길을 걷던 사람들은 붉은 피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고, 그 주변을 둘러서 갔다. 나 역시 그랬다. 죽은 비둘기가 불쌍하다고 느껴지기 이전에, 또 비둘기가 사고를 당하게 된 이유를 생각하기 이전에 눈부터 감았다. 비둘기가 죽은 자리를 지났음에도 털은 끈질기게 흩날렸다.
몇 해 전, 일주일 내내 비둘기 똥을 맞았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나무 아래 서 있다 비둘기 똥을 맞았고, 언니와 싸우고 울며 거리를 걷다 비둘기 똥을 맞았다. 나는 비둘기가 있던 자리를 보며 짜증을 냈지만 비둘기는 이미 날아가 버린 후였다.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는 비둘기를 보며, 비둘기처럼 날 수 없는 내 모습을 슬퍼했다. 사람은 왜 날지 못하는 걸까, 날 수만 있다면 아주 멀리 갔다가 금방 돌아올 텐데. 하지만 그 생각은 몇 년이 지난 지금 수정되었다. 자전거와 부딪히지 않기 위해 퍼덕이던 날개, 방황하던 몸. 차에 치이기 전, 차를 피하기 위해 열심히 파닥거렸던 비둘기의 날개. 날 수 있는 비둘기는 그렇기 때문에 자주 위험에 처했다.
인간은 걷고 달린다. 그러기 위해 셀 수도 없을 만큼 넘어진다. 비둘기 역시 그렇다. 나는 것에 익숙해지기 위해 수천 번의 날갯짓을 할 것이며 제 몸을 하늘에 맡기기 위해 용기를 내야 한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의 떨어짐. 하늘로 날기 위해 도약하는 짧은 순간. 모든 생은 저마다의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먹는 것에서부터 잠을 자고 일상을 유지하는 모든 순간순간들에. 그때마다 비둘기는 파닥파닥 날갯짓을 하고 인간 역시 파닥파닥 걸음을 재촉한다. 파닥파닥, 그 순간순간에 든 노력들. 그러한 노력은 우리를 살게 하지만 동시에 슬프게도 한다. 파닥파닥, 숨이 가빠지는 그 순간.
비둘기의 날갯짓, 거기엔 어떤 슬픔이 묻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