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로그

일곱

by 목연





사람들은 저마다의 형식으로 하루를 기록한다. 일기나 그림, 사진이나 영상 등을 통해. 나의 경우, A5 크기의 다이어리에 내 하루를 기록한다. 작게 나눠진 칸에 오늘 있었던 일과 내 감정을 적으면 하루가 온전히 기억되고 마무리 되는 기분이다. 예전엔 노트에 일기를 빼곡히 적었는데, 언젠가부터 일기가 반복됨을 느꼈고 거기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렇게 몇 년 간 일기를 쓰지 않다 작년 11월 쯤부터 다시 일기를 썼다.


유튜브가 뜨기 전, 사람들은 블로그에 삶을 기록했다. 몇 장의 사진과 짧은 글을 통해 자신의 하루를 간직하거나 모두에게 공유했다. 그럼 사람들은 서로를 친구로 추가해 소식을 전했고 댓글로 소통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이인데 단지 몇 장의 사진과 글만으로 사람들은 서로의 삶을 바라봤고 공감했다. 이제는 사진을 넘어 영상으로 삶을 기록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하루를 찍어 편집한다. 그리고 그것을 유튜브에 올린다.


유튜브를 통해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삶이 다른 듯 닮아 있다고.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다른 일을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스물이 되고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되며, 어른이라는 존재와 개념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스물 넷의 나는 열 넷이었던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사회에선 나를 청년 혹은 어른으로 바라본다는 게 낯설었다. 동시에 졸업과 취업을 생각하니 막막해졌다. 어른이란 내 삶을 책임지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타인의 삶이 궁금해졌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를 사는 사람은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그 사람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할까,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삶을 보며 느낀 것은, 내가 그것에서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안정감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만의 방을 얻어 아기자기한 삶을 사는 이를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쉬는 날 무얼해야 할지 모르는 모습이나 일을 하며 힘겨워 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기도 했다. 그것은 곧 나를 향한 안정감으로 이어졌고 내 삶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방황하고 고민하는 게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으로 이어졌다.


오늘도 나는 나의 작은 다이어리에 하루를 정리할 것이다. 책을 읽은 후 생각을 정리할 것이고 예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살펴보다 잠들 것이다. 브이로그를 올리는 사람들처럼 내 삶을 많은 이들에게 공개할 순 없지만, 누군가의 브이로그를 보며 나의 고민이 당연한 것임을 느낄 것이다.


누군가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비춰보는 것. 그 재미로 나는 브이로그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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