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쉬고 있다. 아홉 시부터 네 시까지, 나의 일상을 책임지던 아르바이트를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회사로부터 계약 종료를 통보 받은 후, 이제 무얼 해야 할까 생각했다. 그간 미뤄왔던 일들을 해야지, 생각하며 미소짓다 문득 막연해지는 기분에 헛헛해지기도 했다.
휴학을 마음먹은 후, 많은 것을 계획했다. 방을 얻을 보증금을 모으는 것과 포트폴리오 쌓기, 여행하기와 미뤄왔던 취미 생활 즐기기 등. 이 중 이룬 것은 보증금 중 일부를 모은 것과 약간의 포트폴리오 쌓기가 전부이다. 여행은 코로나로 인해 갈 수 없게 되었고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은 나의 게으름이 한 몫했다. 글쓰는 일을 가까이 하고 싶은 만큼 매일 글을 쓰려 노력했고,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약간의 강제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가령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가한다거나 매일 사진 찍는 프로젝트를 하는 등.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이 남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과 지금 내 모습에 대한 회의가 밀려왔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맞는지, 남들처럼 자격증을 따고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 때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불안한 마음을 그대로 두고 싶지 않았기에 종이를 펼쳐 내가 원하는 것과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적었다. 내가 해왔던 걸 적었고 잘하는 것, 못 하는 걸 적었다. 적고 보니 내가 원하는 건 어떤 직업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나로서 인정 받기'를 원했다. 기계 속 부품이 되기 보단 그 기계가 돌아가는 원리를 공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야 할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정확히 알고 있지는 않다.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하면서도 그것이 맞는 것인지 매번 확인하고 싶고 흔들리므로.
다만 분명한 건, 내 스스로 시간을 사용하는 일이 내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꾸만 무언가를 하려 하고 강제성을 주려 한다. 그럼에도 불안은 늘 틈을 파고 들어, 나는 늘 흔들린다.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고 내 삶을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가 요즘 가장 큰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