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by 목연





아침 산책 중 까마귀를 만났다. 하늘을 날던 까마귀는 산책로 손잡이에 앉았고 나를 보며 울었다. 까마귀를 이토록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라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가까이서 본 까마귀는 생각보다 컸다. 세 번쯤 울었을까, 내가 “왜 그래?” 하고 묻자 까마귀는 다시 날아갔다. 왠지 마음이 쓰였다.


집으로 돌아 와 자고 있는 달래와 톨이를 쓰다듬었다. 골목을 돌아다닌 탓에 까매진 톨이의 발바닥을 문지르다 그 발을 꼭 잡고 잠들었다. 잠에서 깨었을 때, 열두 시 밖에 되지 않아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예매한 영화를 보러 가야 했다.


영화 상영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기에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작은 돈까스였는데, 국도 달고 반찬도 달아서 먹는 내내 속이 불편했다. 그래도 배가 고팠기에 남기지 않고 밥과 돈까스, 반찬을 다 먹었다.


<미나리>를 봤다. 평소 좋아하는 배우의 연기를 큰 화면으로 보니 기분이 좋았다. 아역 배우의 연기가 기억에 남았는데, 정말이지 그 캐릭터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쓰는 남매와 가족들. 하지만 어딘가 스며들지 못하는 그 모습이 자주 보여 마음이 쓰였다.


번화가를 한 바퀴 돌고 카페에 왔다. 우리 집 근처엔 스타벅스가 세 개나 있는데, 집 앞 쪽에 있는 스타벅스는 늘 사람이 많다. 그렇기에 나는 집 뒤쪽에 있는 스타벅스를 애용한다. 도착했을 때만 해도 떠 있던 해가 저물었다. 단 한 시간 사이에, 해가 모습을 감췄다.


카페에 앉아 각자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누군가는 책을 편 채 공부를 하고 누군가는 나처럼 노트북을 켜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가 쓰는 글을 어떤 글일까, 저이가 보고 있는 책은 어떤 책일까. 그들의 목표는 무엇이며 어떤 재미로 하루를 살아가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넣은 헤이즐넛 시럽이 달다. 딱 한 번 넣었을 뿐인데, 이렇게나 달다. 낮에 먹은 돈까스도, 그와 함께 나온 반찬과 된장국도,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 속 시럽도 달다. 오늘은 온통 단 것으로 배를 채웠다. 내일은 무엇을 할까. 달래와 톨이는 아침이면 문을 열라고 현관문 앞에 앉아 울 것이고 그럼 엄마는 문을 열며 아가들을 반길 것이다. 나는 비몽사몽한 채로 내 방문을 열 것이고 먼지 묻은 아가들의 털에 코를 파묻겠지. 반복 되는 하루 속에서 차이를 찾고 싶다. 반복된다고 해서 그것이 같지 않다는 걸 증명해보이고 싶다. 나를 누르는 지루함과 불안함, 그것들을 어떻게 달래며 살아가야 할까. 오늘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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