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나
매일 가는 산책로에 흔들의자가 생겼다. 흔들의자는 두세 달 전 쯤 생겼는데, 갈 때마다 사람이 있어 눈으로 보기만 했었다. 오늘은 흔들의자를 타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흔들의자에 앉았다. 다른 흔들의자와 달리 발 받침대가 있었는데, 거기에 발을 대고 밀자 의자가 움직였다. 마치 그네를 탄 것 같았다.
어릴 적 언니와 놀이터를 찾으면 꼭 그네를 탔었다. 다른 아이들이 미끄럼틀을 타거나 정글짐에 오를 때, 나와 언니는 그네를 사수하기 바빴다. 어느 날은 그네를 타다가 언니가 다쳤다. 그네를 타며 무리하게 허리를 젖히다 그네에서 그대로 구른 것이다. 온통 흙투성이가 된 언니는 그 자리에서 울었고 나는 어쩔 줄 몰라 함께 울었다. 그러고도 우리는 자주 다쳤고, 자주 다치면서도 그네 타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언니와 나는 왜 그토록 그네 타는 걸 좋아했을까. 그네 탈 때의 울렁거림과 그 바람이 좋아서였을까.
눈을 감고 그네를 탔던 그때처럼 흔들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갖가지 색깔이 섞여 있던 눈앞이 한순간 부옇게 변했다. 눈을 감고 눈을 굴리자 미생물처럼 생긴 무언가가 눈앞을 스치는 듯 했다. 눈앞에 보이는 색깔 역시 노란색이었다가 빨간색이었다가, 눈에 비치는 빛에 따라 달라졌다. 눈을 떴을 때, 바깥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고 엄마를 따라 나온 아이가 미끄럼틀을 타고 있었다.
다리를 굽혔다 펴며, 흔들의자를 밀며, 편안함을 느꼈다. 옆을 보니 노부부가 함께 흔들의자에 앉아 시간을 즐겼고 개를 안은 아주머니 한 분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리를 쭉 뻗었다. 흔들린다는 것, 그것은 때로 우리에게 불안감을 주지만 그 흔들림을 찾아가 즐기는 모습을 보며 인간에게 흔들림이란 무엇일까 생각했다. 동시에 직선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자연은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흔들의자에 앉은 노부부와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또 그 의자가 흔들리는 각도를 바라보며, 흔들릴 때 느껴지는 그 곡선이 우리를 편안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그네와 흔들의자를 사랑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