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넷
타인을 견디는 것과
외로움을 견디는 일
어떤 것이 더 난해한가
-허은실, <목 없는 나날> 중
시를 읽은 건 대학에 입학해서였다. 선배들은 내게 각종 시집을 추천해주었고 허은실 시인의 시집 역시 그 중 한 권이다. 한 권의 시집을 다 읽은 후 남은 건 저 대목이었다. '타인을 견디는 것과 외로움을 견디는 일' 그리고 '어떤 것이 더 난해한가'
우리 삶을 견디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것에는 많은 비약이 들어있지만 동시에 아주 틀렸다고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 개체는 오직 자기 자신만을 통해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이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또 다른 인간이 필요하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인간 속에서 자란 인간은 또 다른 인간을 낳고 그 인간을 기른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상처 받고 상처를 준다. 때론 마음을 주다가도 상처를 받는데,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한 인간과 다른 인간 사이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감정과 어떠한 상황들 때문에. 동시에 인간은 그 스스로와도 싸워야 하는데, 그때에 외로움이 나타난다. 그렇기에 인간은 타인도 견뎌야 하고 동시에 외로움, 즉 그 스스로도 견뎌야 한다.
(여전히 어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먹어가며, 나를 견디는 일이 타인을 견디는 일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타인은 견디다 힘들면 외면하면 되는데 나는 나를 외면할 수 없기에 더 그런 것 같았다. 내게 주어진 시간과 상황을 내가 스스로 써야 할 때, 또 나로 인해 내 주변이 엉켜버릴 때. 좋은 마음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 좋지 않은 일이 되었을 때, 말을 하면 할수록 오해가 쌓여갈 때. 타인과의 하루를 마치고 나를 마주할 때, 어떤 견딜 수 없는 부끄러움이 나를 괴롭게 했다.
시집을 읽은 지는 시간이 꽤 지났으나 여전히 저 문구는 내 가슴 속에 선명히 남아 살아 간다. 타인과 내게 지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면 생각나는 말. 내가 견뎌야 할 건 결국 나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