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어릴 적, 엄마의 화장대를 자주 들여다봤다. 엄마가 잠시 외출한 날이면 엄마 몰래 화장대로 가 립스틱을 바르고 파운데이션을 두드렸다. 그러다 엄마가 올 때 쯤이면 휴지로 화장을 지웠다. 이러면 엄마가 모르겠지, 하며 엄마에게 인사를 하면 엄마는 내게 "엄마 화장대에 손댔지!" 하고 물었다. 그때엔 엄마가 나를 몰래 지켜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립스틱을 바르는 것뿐만 아니라 엄마의 향수를 몸 곳곳에 뿌려댔기 때문이다.
나의 첫 향수는 스물 셋 생일에 언니가 사준 향수이다. 조금 달지만 너무 달지 않은, 아빠가 썼던 예전의 스킨 향을 좋아하는 내게 맞춰 언니는 향수를 사왔다. 누군가에게 향수를 받은 것이 처음이었기에 나는 매일 같이 향수를 뿌렸다. 학교에 갈 때도 그랬고 연인과 데이트를 하러 가기 전에도 그랬고, 내 방의 이부자리에도 향수를 뿌렸다. 좋은 향이 주는 기분은 나를 설레게 했다.
중학교 일학년 때, 친구가 내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고 한 적 있었다. 친구의 말에 다른 친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지만 내 얼굴은 붉어졌다. 집으로 돌아와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친구들이 내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며. 사실 엄마는 젊어서부터 담배를 폈다. 술을 하지 못하는 탓에 엄마는 담배를 가까이 했고, 집에서도 담배를 폈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살기에 다른 집으로 담배 냄새가 올라가거나 내려가진 않았지만 대신 그 냄새는 우리 집 곳곳에 고였다. 엄마는 거실에서도 담배를 피웠고 안방에서도 피웠으며, 가끔씩은 내가 밥을 먹고 있는 와중에도 담배를 폈다. 나는 엄마의 그런 모습이 싫었지만 그것이 싫다고 차마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친구에게 담배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듣자 이때까지의 내 생각과 기분을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엄마에게 담배를 피는 것은 좋으나 베란다에서 펴달라고 말했다. 엄마는 알겠다고 말했지만 가족들이 다 나간 후에는 집 안에서 담배를 폈다. 그러한 상황이 반복되자 언니 역시 화를 냈다. 몇 번의 상황이 반복된 후에야 엄마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폈다.
냄새는 내게 숨기고 싶은 것이었고 남들이 알아채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내 몸에서 혹여 담배 냄새가 나진 않을까 걱정했고 여름이면 옷에서 땀냄새가 나진 않을까 걱정했다. 좋은 향을 향한 동경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동시에 내 옷에서 나는 냄새를 가리기 급급했다.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향을 알아가는 중이다. 대체로 꽃 향기보다는 과일 향을 선호하고, 머스크 향을 좋아하면서도 너무 진한 건 싫어하고. 비누 향과 같은 향을 좋아하면서도 때론 시원한 향도 좋아한다는 정도로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향을 알아가며, 더 이상 냄새로부터 도망치지 않을 수 있었다. 예전엔 내게서 나는 좋지 않은 향을 가리려 향이 나는 제품을 사용했다면 요즘엔 내가 좋아하는 향을 찾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제 봄이 오니 새로운 향수를 사야겠다. 그걸 뿌리고 엄마와 함께 꽃 구경도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