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스물다섯

by 목연





엄마의 하루는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시작된다. 매일 새벽 다섯 시 반, 출근하는 아빠를 배웅한 후 엄마는 따뜻한 믹스 커피를 마신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나와 언니가 일어나면 엄마는 우리와 함께 아침밥을 먹고 점심이 되기 전 커피를 마신다. 엄마는 주로 믹스 커피를 마셨고, 그 속에 든 설탕을 덜어낸 후 차 숟가락을 휘휘 저었다.


얼마 전, 엄마와 장을 보고 오는 길에 카페에 갔다. 약 일 년 전쯤 방문한 곳이었는데, 구옥을 세련되게 리모델링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시간이 많으니 그곳에 가자고 했고 엄마는 그러자고 했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대였기에 카페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엄마는 이런 곳도 있냐며, 신기한 눈으로 카페를 둘러보았다. 카페가 익숙한 나와 달리 엄마에게 카페는 조금 먼 곳이었다. 실내를 둘러보던 엄마는 2인용 소파가 있는 곳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엄마는 천장을 바라보며 젊어서 살았던 사택과 닮았다며, 어릴 적 동네에 많이 보이던 집과 닮았다고 했다. 메뉴판을 보던 나는 엄마에게 무엇을 마실 거냐고 물었고 엄마는 “커피.” 라고 말했다. 엄마는 커피라고 대답했지만 메뉴판엔 많은 종류의 커피가 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따뜻한 커피와 차가운 커피, 우유가 든 것과 들지 않은 것, 시럽의 유무를 물었다. 엄마는 시럽이 든 것을 먹으면 당이 올라갈 것을 걱정했다. 메뉴판을 한 장 더 넘기자 과일 스무디와 밀크 티가 적혀 있었다. 엄마는 젊은 시절 호텔에서 마셨던 밀크 티가 맛있었다고 자주 말했다. 나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엄마에게 “밀크 티 어때?” 하고 물었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콜드브루와 브라우니를 함께 주문했다.


음료가 나오는 동안 엄마는 카페를 둘러보았다. 엄마는 장식장에 놓인 컵을 보며 참 예쁘다고 했다. 그 옆엔 자개장이 두 개 놓여 있었는데, 그것을 보며 엄마는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자리로 와 앉으며, 외할머니 이야기를 했다. 젊은 시절의 외할머니는 사람을 좋아하고 낯선 것을 봐도 다가가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셨다. 그렇기에 자신이 가진 걸 아낌없이 주는 사람이었고 자주 배신을 당하기도 하셨다. 그런 외할머니와 달리 엄마는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았다. 엄마는 외할머니로부터 자주 상처 받았고 눈물도 흘렸다고 했다. 자개장을 남에게 줘버린 날도 그랬다. 자개장이 마음에 들었던 엄마는 그것을 자신에게 달라고 했지만 외할머니께서 그걸 남에게 줘버린 것이다. 엄마는 지금도 그 자개장을 떠올리면 아쉽다며, “엄마는 그걸 왜 남을 줘가지고.” 했다.


주문한 음료는 금방 나왔다. 엄마는 내 덕에 이런 커피숍엘 다 와 본다 했다. 카페를 ‘카페’라고 하는 나와 달리 엄마는 ‘커피숍’이라 말했다. 또 엄마는 ‘내 덕에’ 혹은 ‘너희 덕에’라는 말을 붙였다. 결혼 후 전업주부가 된 엄마는 스스로보다 가족들에게 시간을 할애했다. 매일 새벽 출근하는 아빠를 따라 엄마 역시 새벽에 일어났고 밥을 준비했다. 우리가 등교한 후엔 집안일을 했고 오후가 되면 저녁을 준비했다. 엄마의 시간 중 대부분은 가족을 위해 쓰였다. 이따금씩 친구들을 만날 때에도 아빠가 퇴근하기 전 집으로 돌아왔고 술에 취한 아빠가 엄마에게 소리칠 때면 잘못한 것도 없이 모진 말을 받아냈다. 하루가 고될 때마다 엄마는 커피를 마셨다. 당뇨 판정을 받은 후엔 믹스 커피 속 설탕과 프림을 덜어낸 후 물을 부었다. 그렇기에 엄마의 커피는 늘 싱거웠다.


엄마는 밀크 티를 마시며 생각보다 달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아메리카노를 시킬 걸 했다. 나는 엄마에게 내가 주문한 콜드브루를 건넸고 나는 엄마의 밀크 티를 마셨다.


엄마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엄마는 조금 추운 것 같다며 집으로 가자고 했다. 카페에 들어올 때와 달리 하늘이 흐렸다. 하지만 엄마의 얼굴은 밝았다. 엄마는 내게 벚꽃이 지기 전 가족들과 함께 벚꽃을 보러 가자 했다. 나는 당연히 그래야지, 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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