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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순현 Jul 27. 2024

책리뷰_우울하고 불안한 그리스도인들에게

현대인에게 우울증은 더 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닙니다. 이유가 비슷하거나 다양할 수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우울증에 해당하는 증상에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도, 목회자도 피해갈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마음의 병을 방치한 결과 일상(일, 관계)이 흔들리는 아픔을 겪습니다.이번에 세움북스에서 출판한 <우울하고 불안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참된 목자>로 유명한 영국의 청교도 목회자 리처드 백스터의 목회현장에서 길어 낸 보화입니다. 놀라운 건 지금이나 그때나(4세기의 간격) 마음을 아프게 하는 고통들이 비슷하다는 거였습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하고, 생각해 보았는데, 시대가 달라도 ‘우울감을 갖게 하는 요인이 비슷하구나’였어요.


더 놀라웠던 건, 백스터가 이렇게 다양한 우울감과 극도의 슬픔을 ‘발견’해서 ‘진단’하고, 또 ‘치료책’을 내놓는 일련의 과정에는 한 사람의 영혼을 깊이 들여다보는 참된 목자의 발걸음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영혼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기에 놀라웠던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통찰을 얻은 것은 상담적 설교에 대한 그림입니다. 우울증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은 설교가 잘 들리지 않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설교의 권위와 능력을 의심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단, 마음의 짙은 병이 성도의 귀를 방해한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말하면 설교가 그것을 뚫고 지나갈 수 없느냐는 질문이 생길 수 있는데, 어떤 이유로든 ‘극심한 죄책감’이나 ‘끊임없이 지속되는 잘못된 상상력/생각’, ‘불타오르는 욕망’, ‘정신적 고통’, ‘양극성 장애(조울증)’, ‘불평불만’, ‘지나친 슬픔’, ‘염려’ 등의 우울증은 듣는 귀를 가로막는 큰 담이 됩니다. 그래서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상담적 심방과 함께 상담적 설교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 책이 주는 통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 깊고 다양합니다. 우울증의 사례와 원인을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한 영혼과의 만남에서 나왔다면(다시 말하지만, 얼마나 깊이 들여다봤을까 하는 놀라움을 가지고 배워야 함),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말씀과 하나님의 성품,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서 찾습니다. 가까운 친구나 주변에 좋은 분들과의 교제도 귀하게 봅니다. 이외에도 여러 지침들은 마음의 고통에 힘을 잃어가는 자들에게 유익이 될 것입니다. 물론 약물 치료도 빼놓지 않는데, 오늘날 이 두 가지의 병행은 효과가 높습니다. 특히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신속하게 생각과 마음의 ‘거룩한 습관 훈련’으로 우울증을 예방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깨우침도 저는 얻었습니다.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백스터에 대한 소개인데, 제임스 패커와 마이클 런디(정신의학자)가 각각 담당했습니다. 패커는 백스터의 배경이 되는 청교도 이야기와 그의 삶과 목회를 짧게 논하고, 백스터가 본 그 시대의 우울증과 그가 우울증을 어떻게 바라보며 접근했는지 언급합니다. 이 방법은 청교도 목회 방향과 뗄 수 없는 연관성이 있었습니다. 마이클 런디는 현대 의학자의 입장에서 백스터의 우울증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평가합니다. 먼저 몸과 영혼이 함께 돌봄을 받아야 함을 자신이 겪은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백스터도 이것을 견지하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러면서 백스터가 당시 사용했던 몇몇 용어 중 오늘날에 적합하지 않는 부분을 집어줍니다. 런디는 백스터가 보여준 목회 및 임상의 지혜가 성경과 청교도 신학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며 그것이 그의 작품에서 발견된다고 합니다. 이어서 런디는 백스터의 우울증 조언을 읽기 전에 미리 알아두어야 할 사항을 소개하고,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백스터가 제시한 조언들은 복잡하고 총체적인 마음의 병을 만지는데 이로운데, 단순한 지침서가 아니라, 당사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수반한 최적의 대안이라고 높이 평가합니다. 


책의 핵심인 2부는 백스터가 전하는 ‘우울과 불안에 고통을 호소하는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조언’입니다. 우울증의 증상과 원인, 그리고 지침들이 잘 소개되고 있습니다. 백스터가 제안하는 지침들을 읽어보면, 그가 영혼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들의 회복을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답을 찾으려 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우울증의 늪에서 건져내려고 진액을 쏟는 연구를 했고, 만남을 가졌고,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21개의 지침은 감동과 희망이 담겨 있어 또 읽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어서 백스터는 극도의 슬픔에 빠진 자들을 구출하는 작전을 펼치는데, 지나친 슬픔에 관한 통찰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이에 대한 그의 지혜는 나 자신에게도 그리고 타인을 향해서도 ‘이해와 긍휼’, ‘인내와 여유’, ‘용서와 사랑’을 가질 수 있는 믿음을 확보해줍니다. 


우울감과 불안, 극도의 슬픔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분명 원인이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에 예고없이 침입한 것 같고, 마음의 병이 시작되고는 시간이 한참 흐르면서 본인이 거기에 무감각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면 문제는 나에게서 멈추지 않고, 사방으로 흩어져 가까운 가족부터 친구 관계, 직장, 일상 전반으로 확대되어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킵니다. 이 때문에 우울과 슬픔은 더 두꺼워지고 진하게 만들어져서 결국 그 안에 갇혀 인격과 몸을 구성하는 모든 기능이 점차 잠식당하는 파국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건강할 때 건강관리를 해야 하는 것처럼, 마음의 병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이 간편한 메뉴얼은 아니지만, 또 읽고 또 읽으면 내 마음은 물론 타인의 아픈 마음도 끌어안을 수 있는 통찰과 믿음이 생길 것입니다. 특히 목회자분들에게는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백스터의 지혜가 한 영혼을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 원리와 방법, 적용과 통찰을 그려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울과 불안의 정도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목회 현장에서 영혼과 씨름한 목회자의 분석과 성경적 접근으로 탄생한 이 책은 우리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목회자라면, 영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유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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