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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순현 Sep 23. 2023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에세이 (3) 

다섯 살 아래 동생이 있다. 피아노를 계속 배우고 싶어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중학교에 가면서 그만 뒀는데, 힘들어 하는 게 보였다. 평소와 다르게 의기소침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처음으로 동생에게 응원과 권면을 했던 순간이 그때다. 공부 실력을 남들과 비교하니 마음이 무거웠던 것인데, ‘현재 상황에서 다른 누구와도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 판단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이미 피아노는 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태여서 피아노를 제외하고 생각해야 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서 그나마 제일 잘 하는 것! 동생에게는 공부밖에 없었다. 피아노를 제외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찾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타인과 비교하니 의욕이 떨어지고,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았던 거였다. 감사하게도 나의 말이 통했다.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고, 마음을 잡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내 기억으로는 이런 말도 한 것 같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그냥 해봐.’       


아쉽게도 정작 나에게는 이런 믿음과 여유를 주지 못했다. 타인과 비교해서 부족한 부분 때문에 좌절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것이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걸 꾸준히 했다면 어땠을까?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가운데 그나마 잘 한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멈추지 않고 갈고 닦았다면? 이런 안타까운 마음은 반성의 주머니에 넣어두고, 현재와 미래에서 나태해질 때만 꺼내 보는 걸로 마음을 잡는다. 후회의 늪에 빠지면 현실을 걸어 갈 힘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게 감사하다. 여기에 나의 사명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남들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다. 비교하지 말고, 꾸준히 써야 할 것이다. 쓰는 게 기쁘고, 힘이 된다. 글을 쓰면서 나를 발견한다. 완벽하게 살 수 없는 나를 다독여 준다. 또한 하루를 살게 하는 힘도 쥐어준다. 이 모든 게 글을 쓰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글쓰기의 힘이 엄청난 것이다. 글쓰기가 나를 앞에서 당겨주기도 하고, 뒤에서 밀어주기도 한다. 때로는 고통의 순간도 있지만, 글을 마칠 때의 희열이 그것을 상쇄시킨다. 그래서 난 계속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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