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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순현 Sep 23. 2023

공간을 넘어

에세이 (2) 

인간은 항상 공간에서 활동한다. 이동하는 순간도  우주의 공간에 속하니, 엄연히 그렇다. 생명의 시작과 끝도 마찬가지다. 생명이 자궁에서 나와 공간을 이동하고 넓혀간다. 인간은 각자가 처한 공간이 풍기는 냄새를 맡으면 자란다. 그 자람에는 배움과 경험이 무수하다. 배움은 고통과 희열의 교차를 겪으며 일어난다. 이 진행을 피하지 않아야 성장한다.      


그런데 성장에도 한계가 있다. 공간의 벽이다. 공간이 뱉는 말이나 사상, 세계관을 그대로 수용하면 공간에 갇히고 만다. 공간들마다 악이 존재하는데, 선하지 못한 인간은 줄곧 걸려든다. 그러면서 내가 머무는 공간을 더 어둡게 하거나 또 다른 성질의 악을 빚어낸다. 공간에 머물되 공간의 지배를 피해야 한다. 


가령 집에서도 아이들은 부모가 만든 공간을 분별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난 두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는데, 나의 모든 면을 닮을까 염려된다.(^^) 두 아들이 세상의 다양한 공간에서 선한 공기를 형성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를 넘어야 한다. 내 안에 탁한 공기가 있어서다. 보이지 않는 어둠의 그림자까지 분별하는 지혜가 두 아들의 눈이 되기를 기도한다. 사회 곳곳을 점령하는 게 아니라, 잠시 빌려 사용하기에 잘 관리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삶의 철학이 몸에 배기를 기도한다.      


생명력 있는 공간을 창조하고 생명력을 내뿜기 위해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지혜가 공간을 가꾸고, 공간을 넘어서게 한다. 다만, 때때로 밀려오는 악과 내 안의 욕망과 죄성이 지혜를 교묘하게 사용하도록 허락하지 않아야 한다. 지혜마저 타락하면 공간은 희망을 잃는다.      


공간의 마침표를 찍는 날까지 난 어떤 공간을 만들며 살아가야 할까? 나의 공간은 많지 않다. 가정과 일터가 장기간 머무는 공간이라면 그 외의 장소는 단기간의 공간이다. 어쨌든 공간을 옮겨가며 흔적을 남긴다. 그것이 역사가 되고, 전통이 되며 문화가 된다. 그래서 공간을 넘되 아름다운 공간으로 재창조하고, 이것을 잘 보존하고 물려줘야 한다. 세 가지를 기억하면 어떨까. ‘공간을 넘어라. 선한 공간을 만들라. 이 공간을 잘 넘겨줘라.’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하는 자로 살고 싶다. 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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