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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호 Jul 12. 2018

학교와 대학의 교육방법엔 큰 차이가 있다

토론교육만 바람직할까? 그리고 왜 질문있는 교실을 만들기 어려울까?

“나는 여러분의 교사가 아닌 교수입니다. 대학교수와 초·중·고 교사는 다릅니다. 이제까지 교사들은 여러분을 지도하시면서 배운 것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는 보충해 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학교수는 전혀 다릅니다. 여러분에게 공부하도록 하는 것은 나의 역할이 아닙니다. 대학에서 학습은 여러분 자신의 책임입니다. 나는 여러분을 지식의 샘으로 안내할 뿐 여러분이 많이 마시든지 약간 목만 축이든지 하는 것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그러한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고, 학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한 증거들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학교수들은 학생들의 학력 결과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습니다. 학생들이 낙제를 하더라도 그것은 전적으로 학생의 책임입니다.”


  이는 초·중등학교 교사와 대학 교수 간의 차이를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되는 것으로 미국 휴스턴대 철학과 교수이며 작가인 케이스 파슨즈(Keith M. Parsons)의 말이다. 그가 담당하는 철학 강의의 첫 시간에 안내하는 내용으로서 ‘신입생들이 알아야 할 대학(Message to My Freshman Students)’의 제목으로 2015년 허핑턴포스트(The Huffington Post) 블로그에 올린 글의 일부 내용이다. 파슨즈 교수는 학생들에게 대학 공부에서 학생 자신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초·중·고 시기에는 학생 못지않게 교사의 지도 노력, 평가를 통한 확인 그리고 학업성취 결과에 대한 교사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은 분명 차이가 많다. 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을 넘어 고등학교까지는 거의 100퍼센트 학생들이 진학하지만, 대학 진학은 선택적이다. 대학입시를 거쳐 수학능력을 인정받아야 하고, 거액의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초·중등교육에서는 공부해야 할 내용인 교육과정도 매년 10여 개 과목이 의무적으로 주어진다. 학생이 전공과정 중심으로 4-5개 교과를 선택하여 수업받는 대학과는 전혀 다르다. 아울러, 초등학교와 중학교 의무교육에서는 공통으로 배우는 내용을 모든 학생들이 일정 수준 이상 습득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국가에 있다. 모든 학생들이 일정 수준 확보해야 할 공통적인 내용을 기초·기본학력이라 부른다.

  초·중등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임져야 할 필수적인 지식인 기초·기본학력을 우리의 학교에서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있을까?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수업 중에 교사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교과서를 읽어도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의 학년에서 배워 알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 학생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그들을 평가하고 확인하여 책임지고 보충해 주어야 하는 의무를 포기해 버리는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력 저하의 상황에서 대학의 교육방법들이 기초와 기본학력을 확립해야 할 단계인 초·중·고교에 무비판적으로 도입되어 그 적용 과정과 효과에 의문이 든다. 지식이 힘이라고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학교 지식은 쓸모없는 것이라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그리고 스스로 배우면서 실제 생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21세기 사회에 대비하여 학교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는 교사가 가르치지 말고 학생이 자기주도적으로 토의와 토론을 통해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어린 초등학생들이지만 대학생들처럼 수준 높은 토론을 하면서 배워야 할 지식을 제대로 배울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교육방법은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비판하거나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까운 일본에서는 초·중등학교와 대학의 교육방법 차이를 분명하게 인정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2008년에 21세기의 급변하는 과학기술 발전에 부응하기 위한 대학교육 개선 방안으로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액티브 러닝은 교수가 수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팀을 이뤄 토의와 토론을 통해 과제를 해결하는 참여자 중심의 수업방식이다. 현재 우리의 하브루타나 거꾸로 수업과 같은 형식이며,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는 것보다 체험을 하고 다른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방법이 더 효과가 있다는 학습 피라미드 이론에 따른 것이다. 문부과학성은 2014년 11월 초·중등학교에 대해서도 액티브 러닝 도입을 검토했었고, 이에 대해 중앙교육심의회는 액티브 러닝을 교육과정 개정의 핵심 키워드로 도입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문부과학성은 2020년부터 적용될 교육과정 개정안을 2017년 2월 최종적으로 발표하면서 액티브 러닝이란 용어를 삭제하였으며, 그 이유로 교육목적보다 특정 학습기법이나 형식에 얽매이게 되는 위험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리고 기초·기본 학력을 배우고 확립해야 할 시기에 토의·토론 기법만이 아닌 강의와 설명 등 다양한 수업방식이 활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질문있는 교실을 만들기 위한 교육혁명이 시·도교육청의 멋진 슬로건으로 등장하는 사례를 많이 본다. 배우는 내용이나 방법에 의문이 있을 경우 서로 질문하며 문제점을 발견하여 해결책도 찾아보는 것이 21세기 새로운 학습방법이라고 권장하고 있다. 질문있는 교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사람들이 먼저 다음과 같은 질문을 가져보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왜 학습 피라미드 이론이 근거 없는 가짜 이론이라고 결론이 나있는지? 왜 하브루타와 같은 토의·토론 수업이 학교현장에서 실제 이뤄지고 있지 않은지? 왜 최근 기초학력 부진학생들이 갑자기 증가하고 있는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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