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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호 Dec 05. 2017

공부란 남을 돕기 위해 하는 것

  수능시험이 끝났다. 수험생들은 지난 12년 동안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을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가며 힘들게 공부한 것을 평가받는 시험에서 해방되었다. 국가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하는 수많은 교과들에서, 그리고 자신의 공부와 일상생활을 지원해 주신 선생님과 부모님의 지도로부터 해방된 것이다. 의무적인 교과와 부담 가는 지도에서 벗어난 그들은 대학에 진학할 경우 전공과목 위주로 소수의 교과들을, 그리고 취업할 경우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결정하여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평생 공부해야 하는 현대의 지식사회에서 어느 누구도 배우는 일 자체에서는 해방될 수 없다. 

  수험생은 계속 존재한다. 현재의 고등학교 2학년, 심지어 중학생과 초등학생까지도 미래의 수험생들이다. 그들은 여전히 초·중등교육의 특성에 따라 공부해야 한다. 공통적으로 주어진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고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학생인 자녀가 그리고 제자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공부를 어떻게 하면 잘하게 할 수 있을까? 그들이 공부의 목적, 나아가 공부방법을 깨닫고 충실히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부모님과 선생님의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목적과 방법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은 목적이라고 여겨지는바 학생 시기의 공부 목적에 대하여 간단하게 살펴본다.

  학교에 다닐 때 직업란을 써야 한다면 무엇이라고 써야 하는가. 학생의 직업은 그대로 ‘학생’이고 해야 할 일은 ‘공부’이다. 학생이면서 공부라는 직업에 충실하지 않으면, 어른으로서 직장에서 성실하게 맡은 업무를 충실히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면, 왜 공부를 하는가.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한 사람들의 답변은 다양하다. 

  다음과 같이 부정적인 입장에서 공부를 하는 이유를 찾는 경우가 많다. 학교를 생각하면 심한 경쟁, 시험 스트레스 등이 먼저 떠오른다면 이러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공부를 못하면 무시당하니까”,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나중에 잘 살기 위해서”등이다. 

  반면, 공부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학생들도 많다. 이들은 공부하기가 좀 어렵더라도 그것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좋은 결과들이 많기 때문에 경쟁심을 갖기보다는 함께 공부할 수 있고, 또 과도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지도 않을 것이다.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으니까”, “내 꿈을 이루는데 필요하니까”, “자기 자신과 세상을 제대로 알아갈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과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으니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자체가 즐거우니까”등이다.

  공부 목적과 관련하여 10여 년 전 화순고에서 근무할 때의 경험이다. Y군은 졸업 때 읍단위 중학교에서 1-2등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그는 명문대 의과대학 진학이 목표였다.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 지역 내 명문고 대신 근무했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특출하게 우수한 학생이기에 관심을 갖고 그 학생의 성적과 학교생활을 관찰한 결과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하였다. 학습 면에서는 과외로 선행학습을 함으로써 1학년 당시에는 잘 하지만 2-3학년에 올라가면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공부나 가정 배경 면에서 다른 학생들보다 우월한 편이어서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무시하기도 했고, 수업이나 생활면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경쟁의식이나 공부방법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한 공부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어서 한번 슬럼프에 빠지게 되면 헤어나기 쉽지 않게 보였다.

   이 학생과 면담을 통해 학습 면에서는 사전(국어, 영어)을 활용하여 암기보다는 개념 이해에 중점을 두면서 공부하도록 했다. 개념을 제대로 모르는 학습내용에 대해서는 사전을 통해 확인하는 습관을 갖도록 했고, 수학은 눈으로 대강 풀이하거나 논리적 비약을 하여 쉬운 문제를 실수하지 않도록 했다. 

   다른 학생들을 무시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학생조회 시간의 학교장 훈화를 통해 지도하고자 했다.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자신에 대한 지적이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 한 것이다. 훈화내용은 공부하는 목적이 남보다는 높은 지위를 얻어 인정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 공부란 남을 돕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점, 그래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 나아가 도와주기 위해서는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훈화의 효과만은 아니겠지만 얼마 후 그 학생은 다른 학생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고, 학교 홈페이지에 수학 기초개념을 설명해 주는 동아리 회장을 맡아 봉사하기도 했다. 아픈 사람을 돕기 위해 공부하고, 요양원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하여 자신이 원하던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남을 돕기 위해 특정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봉사활동 경험을 쌓으면서 관련 독서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뽑기 위한 방법이라고도 여겨진다.

   사람들은 남을 돕는 일을 좋아한다. 그리고 남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갖기를 바란다. 잘 알지 못하면, 그리고 능력이 없으면 남을 도울 수 없다. 모르면 다른 사람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 자녀들에게 그리고 제자들에게 남보다 더 잘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또는 남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들에게 남을 돕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학교공부를 보다 책임있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인 남을 돕기 위해서 지금은 선생님으로부터, 그리고 교과서와 참고서를 통해 먼저 배우는 과정이라고 격려해 주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에서 성공하고 싶어 하듯 공부를 직업으로 가진 모든 학생들도 공부를 잘하고 싶어하는 것이 본능이다. 자녀와 제자가 공부 본능 바탕 위에 공부를 하는 목적이 남을 도와주기 위한 것임을 새로 깨닫게 되면 공부란 어떤 오락보다도 더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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