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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준서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아들을 위해

by 강석효



아들 준서야,
오늘은 조용한 아동센터의 사무실에서 조용히 너를 떠올리며 이 편지를 써본다.
너의 걸음이, 너의 웃음이,
그리고 너의 앞으로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전하고 싶어서 말이지.


사람들은 말하곤 한단다.
“사내는 무릇 그 마음이 대해, 바다처럼 넓어야 한다.”
아버지는 이 말이 늘 좋았어.
넓은 마음이란 건,
크게 떠들지 않아도 누군가의 안식을 주는 존재라는 뜻이니까.


하지만 나는 바다가 아닌 ‘호수’가 더 좋더구나.
왜냐하면 호수는 말이 없거든.
늘 잔잔하고 고요해.
아무리 돌멩이를 던지고, 아무리 거칠게 노를 저어도
그 흔들림을 오래 품지 않고
곧 다시 잔잔해지는…
그런 마음이야말로 진짜 단단한 사람의 마음 아닐까 싶단다.


준서야,
네 말 한마디에 파도가 치고,
네 표정 하나에 물살이 흔들리는 그런 날들이 있을 거야.
사람 마음이란 원래 연약하니까.
하지만 아버지는 네가
아무리 누가 건드려도,
파도치지 않고 곧 잔잔해지는 그런 호수 같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 곁엔
누군가 언제든 와서 쉬고 싶어 해.
그 사람 옆에 있으면 괜히 안심이 되고,
조용히 마음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말이지.


아버지는 너를 생각하며
마음속에 작은 호수 하나를 지어놓았단다.
그 호수엔 네가 마음껏 노를 저어도 돼.
기쁠 때도, 속상할 때도,
심지어 화가 나서 물살을 거칠게 흔들어도
나는 그저 조용히 너를 받아줄 거야.
파도가 잠잠해질 때까지,
네가 물 위에 가만히 누워 하늘을 볼 때까지
그저 너를 안고 있을 거란다.


그리고 바란다.
언젠가 네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때,
그 사람을 위한 호수도 네 마음에 하나 생기기를.
그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바람이 불어올 때,
그 바람을 함께 받아내고,
고요히 그 사람을 쉬게 해줄 수 있는
그런 너이기를 바란다.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세상은 쉽게 흔들리고,
사람은 금방 상처받고, 또 상처를 주기도 하지.
그래서 우리는 매일 연습해야 한단다.
용서하는 마음,
기다리는 마음,
쉽게 격해지지 않는 마음.
그 마음들이 모여
비로소 잔잔한 호수가 되어가는 거지.


그리고 준서야,
아버지가 너에게 말해주고 싶은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
이 모든 것의 본이 되신 분이 계시단다.
예수님이야.


예수님은 늘 고요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품으셨어.
누가 실수해도,
누가 돌을 던져도,
그분은 파도치지 않으셨어.
그 대신, 한 사람의 생명을 무엇보다 귀하게 여기시고,
그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조용히 기다려주셨어.


심지어 십자가 위에서도,

그분은 우리를 원망하지 않으셨어.
오히려 마지막까지
사랑으로 품고,
용서하며,
새로운 생명의 길을 열어주셨지.


아버지는 바란다.
네가 이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가기를.
잔잔함 속에 담긴 용기와,
고요함 안에 깃든 사랑을 품고 살아가기를.


준서야,
그렇게 살아가면
비록 세상은 너를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너의 호숫가에 와서
마음을 내려놓고 말할 거야.

"이곳은 잔잔해서 참 좋다.
마음이 참 평안하다."

그 한마디면
네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누구보다도 잘 말해주는 증거가 되는 거란다.


사랑한다.
내 아들, 준서야.
지금도 너의 마음 안에
잔잔한 호수 하나 깊이 흐르고 있을 거라고 믿으며,
오늘도 아버지는 너를 위해 조용히 기도한단다.

–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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