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영락없이 갇힌 몸

아픈 것과 행복한 것의 동행

by 강석효

살다 보면

빠져나갈 길이 없어 보이는 날들이 있다.

앞으로 가도 막혀 있고, 뒤로 물러서도 돌아갈 자리가 없을 때,

사람은 비로소 자기 몸이 어디에 갇혀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욥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태어난 날을 저주했다. 그러나 죽고 싶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이라고 말했다.


이 말 속에는

생명을 자기 손에 쥐지 않겠다는 마지막 신앙의 선이 남아 있다.

욥은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 나라를 상상했다.

그곳은 억울함이 멈추고,

지위와 신분이 힘을 잃고,

피곤한 자가 쉬는 자리였다.


그러니 욥의 탄식은

믿음의 붕괴가 아니라

믿음의 깊은 곳에서 새어 나온 숨 같은 것이었다.

“하나님께 영락없이 갇힌 몸.”

이 표현은 참 정확하다.


하나님이 떠난 고통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고통.

그래서 욥은 도망치지 못했고, 그래서 끝내 떠나지도 않았다.

욥은 고통을 피하고 싶어 했다.


그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달랐다. 예수님은 그 고통을 짊어졌다.

욥의 두려움 위에 예수의 순종이 겹쳐진다.


그래서 우리는

욥 안에서 우리의 얼굴을 보고, 예수 안에서 우리의 소망을 본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께 영락없이 갇힌 몸으로 살아간다.

이해되지는 않지만,

떠나지 않기로 선택하며.


어쩌면 신앙이란

이리저리 잘 빠져나오는 기술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묵묵히 하나님 곁을 지키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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