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시선

길과 길 사이에서 머뭇거려질 때

by 강석효

그리스도인에게 세상은 언제나 선택의 자리입니다. 기회처럼 보이는 길과 마음이 머뭇거리는 길 사이에서 우리는 자주 서성입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데, 이상하게 마음 깊은 곳이 조용히 불편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 신앙인은 묻습니다.


지금 나는 사람들 앞에 서 있는가, 아니면 하나님 앞에 서 있는가.


최근 한 상담가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단 한 회 만에 하차하며 남긴 ‘자괴지심(自愧之心)’이라는 고백은 많은 신앙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자신의 마음속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갈등을 느꼈고 결국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그 결정의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라는 고백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람의 시선은 때로 지나가지만, 하나님의 시선은 영혼을 흔듭니다. 우리는 많은 선택을 합리화하며 살아갈 수 있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스스로를 속일 수 없습니다.


성경은 “악은 어떤 모양이라도 버리라”(데살로니가전서 5장 22절)고 권면합니다.

세상 속에서 전문성과 영향력을 넓히는 일은 귀한 일이지만, 그 자리가 하나님보다 다른 영적 가치로 채워질 때 신앙인은 깊은 충돌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호선 사모 역시 상담가로서의 호기심과 책임감으로 시작했지만, 현장 속에서 자신의 신앙 정체성과 부딪히는 지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마음속에 찾아온 것은 설명이 아니라 자괴, 곧 하나님 앞에서 느끼는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자괴’는 무너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은혜의 시작입니다. 그걸 거룩한 불편이라 합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 남겨 두신 거룩한 감각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더 올라가라고 말하지만, 믿음은 때로 멈추라고 말합니다. 세상은 기회를 붙잡으라 하지만, 하나님은 영혼을 지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인은 직업 이전에 하나님께 속한 사람입니다. 전문성이 신앙을 빛낼 수는 있지만, 신앙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박수 받던 자리에서 조용히 돌아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돌아섬은 실패가 아니라 정체성을 지키는 믿음의 선택입니다.


세상은 그것을 해프닝이라 부를지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시선을 의식하며 방향을 바꾼 그 발걸음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으실 것입니다.


신앙은 거창한 승리로만 증명되지 않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마음,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 방향을 돌리는 용기 속에서 자랍니다.


어쩌면 믿음이란, 하나님의 시선이 느껴질 때 멈출 줄 아는 삶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세상이 이해하지 못한 그 돌아섬을 조용히 '순종'이라 부르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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