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극 <미수습>

미수습 무대 연출을 할 수 있는 용기, 할 수 밖에 없는 현실

by 수형
KakaoTalk_Photo_2025-04-30-21-48-32.jpeg


미아리 고개에 있는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은 작품을 낳는 실험극장처럼 종종 낯설지만 독특한 작품을 올린다. 차가 다니는 고가 아래로 둥지처럼 존재하는 미아리고개예술극장. 최근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극장'이란 주제로 기획 공연을 한다. 연극... 공연 <미수습>은 그 주제에 맞게 하고 싶은 것을 다 한 공연이 아닐까.


416 세월호 참사를 내용으로 한다는 간단한 정보만 알고 공연을 보러 갔다. 무대는 사방을 검은 천으로 가렸고, 무대 앞 하수 쪽에 의자 하나만 있을 뿐이다. 공연을 시작하자 배우들이 나와서 자신을 소개하고, 극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하고, 자신들도 객석 쪽으로 가서 무대를 바라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내내... 음... 미수습 무대라고나 할까.


무대에는 무대가 없다. 사방은 검고 바닥도 검고 흰 연기만 존재한다. 배우도 없다. 배우 소개만 할 뿐, 공연을 시작하면 배우는 보이지 않는다. 90분 내내 배우 목소리만 듣는다. 극이 없다.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없다. 하지만 극보다 극적인 현실이 존재한다. 너무나 현실적인 사실이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 매우 극적이다.


KakaoTalk_Photo_2025-04-30-21-49-00 003.jpeg


세월호 참사 희생자는 304명이다. 그 가운데 최종 미수습자는 5명이다. 희생자 가운데 한국 이름을 가진 베트남 여성이 있는데, 그의 한국인 남편과 어린 아들이 미수습자 다섯 명 가운데 두 명이다. 공연 내내 한글 자막과 더불어 베트남 자막이 존재한 이유이기도 하다.


참 불편한 연극이다. 90분 동안 세월호 참사 기록을 담은 한 권을 책을 읽은 듯. 하지만 생각해 보면 참 불편한 현실을 담았으니, 참 불편할 수밖에 없는 연극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구자혜 연출의 불편한 연출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용기 있게 불편하게 만들 수 있을까. 미수습 이야기를 이토록 미수습 무대로 만들 수 있을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달리 어떻게 만들까 싶다. 미수습 무대 위에 다른 그 무엇을 얹어도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다. 극을 다 보고 나서야, 이렇게 극을 만들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과 현실을 마주한다.


KakaoTalk_Photo_2025-04-30-21-49-01 007.jpeg


세월호 참사 자체가 미수습 아닌가. 11년이 지났지만, 아직 구체적인 원인도 과정도 듣지 못했다. 책임자 처벌도, 이후 안전대책도 들은 바 없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은 여전히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과 생명 안전 사회를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이 얼마나 불편한 현실인가. 이 얼마나 미수습 상황인가.


불편했다. 불편해서 다행이었다. 불편함을 알기는 해야 하니까.





용기 있는 무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