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아
에드몽 로스탕의 고전 <시라노>를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로 각색한 이 작품은, 국립극단이 10년에 걸쳐 개작한 끝에 대공연장 무대에 올렸다. 그러나 개인적인 인상으로는, 소극장 혹은 중극장 규모에서 더욱 생생하게 살아날 수 있는 연극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품의 정서와 청소년극이라는 장르 특성상, 보다 밀도 있는 공간에서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연출이 어울리지 않았을까.
무대는 전반적으로 명랑하고 경쾌하다. 나무 사다리, 밧줄 같은 소박한 무대장치들과 그림책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의상들이 풋풋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극에 종종 개입하며 라이브로 연주하는 연주팀 역시 따뜻한 온기를 더한다. 이러한 무대 구성은 청소년극이라는 장르의 정체성과 잘 어울리며,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인물 재배치를 통한 서사의 재구성이다. ‘사랑’이라는 보편적이고도 깊은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서, 공연 말미에 이르러 관객은 뭉클한 메시지를 마주하게 된다.
“사랑은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아. 우리의 사랑이 우리에게 가르쳐줬어.”
이 대사는 연극의 핵심 주제를 응축한다. 사랑은 결국 사랑할 때, 그 진정에 다가설 수 있다. 저마다 서로 다른 사랑의 모양으로 사랑을 하겠지만. 극 말미, 록산느가 록산느에게 편지를 통해 사랑의 말을 전한다. 나의 사랑을 스스로 인정할 때, 나와 다른 이의 진정한 사랑의 무게를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공연은 전체적으로 경쾌하다. 관객과의 호흡을 고려한 연출이 잘 살아 있었고, 대부분의 관객이 즐겁게 극을 감상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시인 시라노의 편지글처럼 시적 상상력이 무대 연출에 좀 더 발현되었더라면, 훨씬 멋진 작품이 되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는 가족, 연인, 그리고 청소년들과 함께 감상하기에 적절한 작품이다. 사랑에 대한 질문과 통찰을 동화적으로 즐겁게 풀어낸 무대였다.
맞다.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를 내는 순간, 그를 이미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