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본 것인가, 실험을 본 것인가?
공연을 본 것인가
실험을 본 것인가?
공연 소개 안내글조차 실험실 안내로 적혀 있고,
극장 안내자들도 실험실 가운을 입고 안내를 한다.
무대는 병원 실험실을 연상하는 흰색 타일벽과 환풍구가
무대 좌우, 천정을 감싸고,
뒷면에는 LED 전광판으로 환자 기록, 약을 먹었을 때 몸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반응 영상을 송출한다.
그리고 반복되는 전자음은 마치 실험실 내 생쥐처럼 관객을 긴장하게 한다.
사랑!
이 감정은
사람에게서 비롯되는 고귀한 감정인가?
뇌의 화학적 반응으로 몸에서 느껴지는 신호인가?
실험실의 두 남녀는
자기 안에서 느껴지는 사랑과
약물로 인한 사랑 사이에서 혼돈을 느낀다.
그 질문을 고스란히 객석에 던진다.
'지금 당신의 사랑은
어디에서 나온 건지, 확신할 수 있나요?'
우울!
이 감정 또한
사람에게서 비롯되는 고유의 감정인가?
뇌의 화학적 결핍으로 몸에서 느껴지는 신호인가?
실험실 밖 두 남녀는
자기 몸에서 느껴지는 우울과
약물 치료 사이에서 혼돈을 느낀다.
약으로 감정을 어디까지 조정할 것인가.
사랑과 우울이란 고유의 감정
약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감정의 조절
어디까지 내 감정이고
어디까지 약물로 인한 감정일까?
그 경계가 있나?
그 구별이 의미 있나?
공연 관람을 한 것인지,
실험 참가를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으로 극장 밖으로 나왔다.
'디 이펙트'는 영국 극작가 루시 프레블의 희곡.
2012년 런던 영국국립극장에서 초연, 비평가협회상 최우수 신작상을 수상.
민새롬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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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 배우의 자유롭고 열정적인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앗, 드라마 <우리 영화>에 봤던 배우였군.
민새롬 연출의 깔끔한 연출과 작품 선정에 부러운 선구안이.
원작 희곡을 읽고 싶게 하는 연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