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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비트

나의 비트를 찾아_드러머 1인극

by 수형

이번에도 민새롬 연출이다.


형식부터 독특하다.

배우 1인이 110분을 책임지는 무대.

게다가 드러머 이야기다.

프랑스 작품이라니, 시작 전부터 호기심이.


연극을 볼 때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미리 정보를 충분히 공부하고 들어가는 경우,

거의 아무것도 모른 채 앉는 경우.

이번에는 후자였다.

알고 있던 건 단지 ‘1인극’과 ‘드러머 이야기’라는 정도.

무대 위 흐름에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얼마나 집중하는지 가늠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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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라면 탐낼 만한 작품이다.

연기와 드럼 연주는 기본이고,

춤까지 출 수 있다면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무대 동선이 가능할 듯하다.


민새롬 연출은 ‘조명’에 심혈을 기울였다.

드럼의 비트와 함께 빛으로 춤을 추고,

때로는 또 다른 인물처럼 연기를 하고,

극의 흐름과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했다.


무대 중앙에는 거대한 격자무늬 벽이 서 있다.

시작과 함께 활짝 열릴까 기대했지만, 벽은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다만 객석에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할 뿐.

.

그 벽은 나다움과 인간다움,

그리고 자유를 찾는 아드리앙 앞에 가로놓인 현실의 벽.

동시에 그를 세상과 격리하는 철창이 된다.


그러나 그 벽은 아드리앙의 연주를 막지 못한다.

아드리앙은 제 몸을 두드려

비트를 만들고 음악을 만들며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


아드리앙에게 장애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에게나 벽은 있고,

누구에게나 자유를 느끼는 비트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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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면,

관객은 약속이나 의식처럼 일어나 박수를 보낸다.

무대 위 비트에 맞춰 함께 손뼉을 치며, 자유롭게 협주한다.

꽤 괜찮은 엔딩이다.





공연기간: 2025년 8월 19일(화) ~ 10월 12일(일)

장소: 서울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러닝타임: 110분 (인터미션 없음)

관람등급: 만 14세 이상


아드리앙 역: 윤나무, 강기둥, 강승호

원작·연출: 쎄드릭 샤퓌 (프랑스 배우·연출가)

연출: 민새롬

번역·드라마터그: 박다솔

음악감독: 신동훈 (배우 드럼 지도)




*

나는

언제 자유로웠지?

어디서 자유로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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