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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심청

과거의 전통을 벗어나 미래의 전통으로

by 수형

연출/극본 요나김

음악감독/작창 한승석


심청 김율희 김우정

심봉사 김준수 유태평양

뺑덕 이소연

그 외 국립창극단 단원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9월 3일~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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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심청>은 외형적으로 파격 그 자체였다.

기존 창극에서는 보기 힘든 과감한 무대 연출이 돋보였다. 실시간 촬영 영상을 무대에 투사하는 연극적 기법, 박찬욱 감독 영화 같은 묵직한 색감의 무대 미술, 때로는 잔혹하고 불편하게 다가오는 장면들, 그리고 ‘효녀 심청’ 이야기를 약자의 억압과 저항의 서사로 다시 엮어낸 이야기 구성까지. 이런 요소들은 동시에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한 듯하다.


연출을 맡은 요나 김에게 박수를 보낸다. 연극 공연계에서는 낯설지 않은 시도일지라도, 전통 기반의 창극 문화에서는 매우 과감한 도전이었다. 물론 심청을 ‘효녀’가 아닌 억압받는 한 여성으로만 재해석한 지점은 오늘날의 시선에서 볼 때, 다소 진부하기도 했다. 오히려 억압을 넘어 능동적으로 저항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여성으로 그려냈다면 더 진취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번 작품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음악이었다. 파격적 연출에 걸맞게 음악도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예상했지만, 작품은 오히려 전통 심청가의 ‘눈대목’을 중심으로 노래와 이야기를 구성했다. 이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무대 위 배우들이 소리꾼이라는 점을 십분 살린 결정이었고, 전통 판소리의 가락 위에 몇몇 양악기와 코러스를 더해 현대적 울림을 만들어냈다. 이 덕분에 창극 <심청>은 국악의 틀 안에서 새로운 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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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말미, 심청 역의 배우가 무대에서 객석으로, 다시 공연장 로비와 건물 밖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비쳤다. 낯설고 당혹스러운 장면이었다. 이는 전통과 국립극장이라는 상징성에서 벗어나려는 강한 저항의 몸짓처럼 보였지만, 표현이 지나치게 직접적이어서 다소 불편했다. 물론 불편함 자체가 연출 의도였을지 모르겠다.


전통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창극. 그 선봉에 선 국립창극단의 과감한 시도와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어쩌면 국립 단체라는 배경이 있었기에 이런 대규모 물질적·인적 투자가 가능했을 것이다. 공연장 객석과 로비에서 전통 문화계 인사들의 다양한 반응을 엿볼 수 있었는데,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 자체가 작품의 힘을 증명한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그 논란 속에서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실력이다.


국립창극단의 지속적 실험에 기대를 걸며, 동시에 여전히 작은 무대에서 묵묵히 창작을 이어가고 있는 창극 단체와 소리꾼, 그리고 창작자들에게도 진심 어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창극은 보면 볼수록 멋지다.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가장 극적인 소리들.

우리 음악이란 것이, 자랑스럽다.

그런데 그 맛을 알기까지 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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