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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기 수업

나를 찾아가는 연기수업 1

by 수형

나는 연기를 잘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무모하게도 연영과에 지원했다.
연기 학원에 다닌 적도, 체계적인 수업을 받은 적도 없었다.

그저 교회 무대에서 몇 번 촌극을 해본 경험이 전부였다.


그런데 합격을 했다.

‘아, 그래도 내가 연기를 못하는 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연기 시험보다는 영화 감상문을 잘 써서 합격한 듯하다.


학교에서 최 교수님의 연기 수업을 들으면서 깨달았다.
내 몸과 마음이 얼마나 굳어 있는지...


2025 극단 무유 _동네극장 모놀로그_250331 20.jpg


수업 시간은 늘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였다.

내가 무대에 오르는 순간은 무서웠지만,

다른 학생들이 무대에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건 그저 신기하고 즐거웠다.

한 사람의 말과 몸짓, 표정이 조금씩 달라지고,

마침내 진정한 나로 새롭게 변해가는 과정이 경이로웠다.


그때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연기는 배우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위해 누구나 배워야 한다는 것.


무대 위에서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어 움직이고 말하는 경험은

늘 나를 향해 돌아왔다.

결국 철저히 ‘나’를 통과해야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알아야 했고,

사랑해야 했으며,

때로는 버리고 또 끝까지 붙잡아야 했다.


그 경험은 배우로서의 나뿐 아니라, 연출가와 작가로서의 나에게도 깊은 영감을 주었다.

그래서 지금도 연극 작업 중 가장 즐거운 순간은 배우들과 빈 무대 위에서 장면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다.

또 연기 수업에서 일반인들이 스스로를 깨뜨리고, 끌어안고, 마침내 사랑하게 되는 순간이다.


연기수업1기4.jpg


극단 [무유]라는 이름으로 독백 연기 수업을 세 차례 진행했다.

수업에는 연기를 꿈꾸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독백 연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그 여정은 모두에게 아름다웠다.


홍보1.jpeg


올가을, 또 다른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나를 찾아가는 2인극 연기 수업.’


이번에는 서로 마주 선 두 사람이,

자신을 비추고 껴안으며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2인극 연기수업 포스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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