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깨져버린 영원의 트로피

Part1. 자의식 형성기

by 케이시르

[Intro]

멀티미디어에 빠져서 하루종일 쇼츠를 스크롤하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스크롤을 올려보아도 새로운 콘텐츠가 계속 나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쇼츠의 끝이 궁금했고 무지성으로 스크롤을 올려보기로 했다. 분명한 것은 끝은 있을 것이다.

몇 시간이 지나도 끝은 보이지 않고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현실인지 가상인지 가상현실인지 현실가상인지 오락가락하는 순간 모든 중력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고 쇼츠의 끝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정신없이 공허의 공간을 맴돌았고 혼돈 속의 수상한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PLEASE DO NOT
TRY THIS AT HOME




1. 깨진 트로피를 찾아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살짝 떠보니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며 시끌벅적한 소리가 볼륨업이 되어가고 선명해지니 그곳은 유치원 졸업 현장이다. 여기저기 우는 아이들, 아이를 찾는 부모님, 선생님들도 허둥지둥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곳엔 아이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는데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많지???"

아이들은 통제가 되지 않았으며 그런 상황 속에서도 졸업식은 진행된다.

한 명씩 졸업 트로피를 받고 있는 유치원생을 보았는데 나의 어릴 적 모습과 똑같은 아이가 트로피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그 옆에 우리 엄마도 젊은 아가씨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지금 나보다 12살이 차이 나는 어린 엄마를 보고 있다.!!!

매우 당황스럽고 놀라웠지만 나는 이 상황을 차분히 지켜보기로 한다. 아이들이 많았던 이유는 나의 어릴 적에는 출산율이 높은 시대였다.


졸업 트로피를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나? 는 설렘이 가득한 표정이다. 그렇게 내 차례가 되었는데 졸업 트로피가 어디에도 없다. 선생님도 엄마도 무척 당황한 표정이고 여전히 시끌벅적하다. 그리고 강단 한구석에 트로피 하나 덩그러니 있었는데 트로피가 깨져있다.!!!

그 트로피에는 내 이름이 적혀있었고 또다시 영원이 깨지는 기분이다.


이 상황은 나의 어릴 적에 있었던 일하고 완전히 똑같은 상황이다. 나는 왜 이곳에 있으며? 또 저기 있는 어린아이의 자아는 누구의 것인가? 말로만 들었던 평행 우주공간에 온 것일까?

평행우주라면 나는 다른 우주의 미래를 모두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을 좋은 미래로 인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훌쩍 커버린 나를 봤을 때 또 다른 나와 엄마에겐 낯선 아저씨일 뿐이다.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남들의 이야기들이 나에게 찾아올 수 있다.


2. 울보 고집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여자 친구하고 놀고 있다. 그때 한 여자 친구에게 한마디를 듣고 바로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작은 놀림에도 예민한 나는 울음을 멈출 수가 없다.

억울하다는 판단이 들면 참지 못하고 친구에게 똑같이 해주어야 울음을 멈출 수 있었던 나의 모습마저 똑같은 모습이다. 이런 나를 보는 친구들은 싫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 한 명의 여자 아이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나를 때리고 놀리며 도망가고 있다. 나는 또 울며 그 여자아이를 쫓아가고 있다. 나는 체구가 작아 달리기가 빠르지 않았고 결국 그 아이를 잡지 못한 채 집에 돌아가고 있다. 집에서도 나의 울음은 멈출 줄 모르고 하염없이 억울해하고만 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달래주지만 울음이 멈추지 않자 나를 데리고 그 여자아이 집으로 찾아가고 있다.

억울해하며 흐느끼고 있는 나를 본 여자아이의 어머니는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으셨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여자아이의 어머니는 딸을 한 대 때리라고 말했고 그의 부모님 앞에서 한 대를 때리고서야 울음을 그친다. 그 아이의 부모님도 마지못해 허락하였고 표정은 역시 좋지 않다.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억울하고 피해를 보는 일들이 생긴다.
그때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큰소리 내어 울 수도 있고 분노를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곱게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며 그들의 표정과 시선도 감당해야 한다.

울고 있는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네 마음부터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해.
울어서 네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면 마음껏 소리 내어 울어도 돼. 다만 친구들이 너를 싫어할 수도 있어.

혹시 혼자 참고 스스로 마음을 지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해보자. 그것은 너에게 인내라는 선물을 줄 거야.

우리는 소리 내어 울고 부르짖을 때...
아무 말 없이 따뜻하게 안아주는 한분이 계신다. 그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3. 천재? 야구 영웅

고집이 세고 울보인 나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야구 글러브와 방망이를 들고 다니는 친구다. 매일 야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 아버지는 "해태"를 응원하며 야구를 매우 좋아하신다. 존경하는 아버지를 따라 나 역시도 야구를 좋아한다. 그리고 전라도 진도에서 태어나신 아버지는 진도와 김 씨에 대한 부심이 상당하시다.

우리 아버지가 말씀하신다. "해태가 잘 나갈 때는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모두 김 씨였어~ " 야구를 볼 때마다 하셨던 아버지의 레퍼토리는 아직도 여전하시다.

나의 우주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니 자주 하시던 그 말씀조차도 귀하고 벅차오른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아빠를 닮아있다.


전라도 김 씨의 핏줄을 이어받아서인지 공을 던져도 친구들보다 빨랐으며 타격도 매우 잘 치고 있다. 나는 이미 야구 천재 자칭 히어로이다. 야구를 통해 울보에서 단번에 히어로가 되어 표정도 밝아지고 마음도 건강해지고 있다.

지금 야구를 하는 나의 모습을 다시 보니 공이 빠르지도 않았으며 어쩌다가 친 안타 한 번으로 야구 천재인 줄 알고 지금까지 살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관대했던 평가는 분명 울보였던 나를 밝고 건강하게 해 주었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을 온전히 바라볼 수 없는 존재이다. 눈이 앞에 있어 나의 모습을 볼 수 없다.
남들의 잘못된 습관과 불편한 모습들만 보며 살아간다. 간혹 자신을 관찰하는 TV 프로그램에 비친 자신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퀘스트 보상으로 소프트 스킬 3개를 획득하셨습니다.

[INVENTROY]

(소프트 스킬)

경각심
집요함
관대함


예고)

전세 주택 반지하에서 살았던 우리 가족은 부모님이 먹을 것, 입을 것 아끼고 아껴서 모아두신 돈으로 어려운 형편이지만 작은 아파트를 얻으셔서 이사를 하게 되고 울보에서 히어로로 바꾸어진 친구들과는 아쉬움 마음으로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곳에 발견한 빛나는 영광의 디스크 상자는 나를 다시 영원의 상태로 만들었는데...



THE
LOVEBIT
CODE
사랑과 돈, 그리고
영원의 비밀



매주 (수. 금)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과 구독 부탁드립니다.

- 케이시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