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내 낡은 디스크 속의 바다

Part1. 자의식 형성기

by 케이시르

PART1: 자의식 형성

4. 내 낡은 디스크 속의 바다

날 자칭 히어로로 바꾸어진 야구하는 친구들과의 인연은 그리 길지 않았다. 부모님이 먹을 것, 입을 것 아끼시고 또 아껴서 모아두신 돈으로 어려운 형편에 작은 아파트를 얻으셨고 이사를 하고 있다. 그리 멀진 않았지만 버스를 4정거장 가야 하는 곳으로 이사를 해서 초등학생끼리 찾아오기에는 힘들다.


낯선 학교로 전학을 하여 어색하고 두려운 표정으로 학교에 가고 있다. 학교는 혼자서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이다. 나는 안경 쓴 똘똘한 친구 옆에 자리를 앉게 되었고 짝꿍은 시크한 표정이다. 야구를 좋아하는지 물었지만 전혀 관심이 없다는 표정이다.


짝꿍은 여전히 시크한 표정으로 가방을 열었는데 신기한 박스가 있다. 호기심이 많은 난 "이게 뭐야"라고 물어보고 있다. 친구는 아무 말 없이 디스크 상자를 열어서 보여주고 있다. 난 아무 이유도 모른 채 디스크 상자가 멋있었고 그것을 가지고 싶어 한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낡은 디스크 박스에는 엄청 깊은 바다가 숨겨져 있었고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5.25인치 디스크 2D (360K), 2HD (1.2MB)


5. 디지털과의 만남

야구했던 친구들이 집으로 전화가 와서 우리 동네로 온다고 한다. 너무 반가운 소식이었고 친구들과 만나서 전학 간 학교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다시 만난 야구는 신이 나고 즐거운 놀이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나는 야구를 하면서도 며칠 전에 본 디스크가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야구 놀이를 마치고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엄마는

"이제 공부를 하는 것이 좋겠어~ 속셈학원에 가자"

나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알았어~"라고 말한다.

속셈학원에는 이미 먼저 다녔던 친구들끼리 친하게 어울리고 있고 같이 다니는 게 즐거워 보인다. 하지만 내성적인 나는 다가가지 못하고 부끄럽게 쳐다보기만 하고 있다. 적응을 못한 채 3개월 정도 속셈 학원에 다니고 있던 중에 짝꿍의 초대로 친구의 집에 가게 된다.


친구 집에는 컴퓨터라는 것이 있었고 컴퓨터 학원을 다닌다고 말한다. 그리고 멋있게 보이는 컴퓨터는 내가 한눈에 빠져들었던 디스크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엄마에게 가서 속셈학원을 다니기 싫은 핑계를 만들어내어 말하고 있다.


"속셈학원에서 가르쳐 주는 것은 학교에서 다 배우는 거야~"

"난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도 잘할 수 있어 돈 아까운 것 같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컴퓨터 학원에 가고 싶어~"라고 말했고

엄마는 나의 말에 "그렇게 해~ 대신 네가 하고 싶다고 했으니 이번에는 오래 다녀야 해~"라고 말한다.


짝꿍 친구와 함께 컴퓨터 학원에 가게 되고 디지털과의 첫 만남이 시작된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친구들끼리도 가까운 곳이 라면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우리 아이도 4학년이고 저 평행 우주보다도 CCTV들과 안전장치들이 많은데 친구들과 버스 타고 어딜 갔다 온다고 하면 난 허락할까?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저 평행 우주를 보니 알게 되었다. 오손도손 모여있는 엄마들은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면 "너는 어디 사는 얘니??"라고 물었던 CCTV보다 더 강력한 지능형 엄마들의 눈이 있었다.


6. 디지털과의 소통

컴퓨터 학원을 가기 전에 나만의 빈 디스크 상자를 샀다.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을 짓고 있는 내가 보인다. 가방에 빈 디스크 상자를 가지고 나만의 디지털 세계에 빠질 준비를 하니 마치 롤러코스터의 정상을 천천히 오르는 긴장감이 함께 있다.


학원 선생님이 내가 준비해 온 디스크 상자를 열어서 하나는 "부팅디스크"를 만들어 주었고 다른 하나에는 "고인돌" 게임을 복사해 준다. 그리고 신나게 학원에서 1시간 동안 고인돌을 한 뒤에 교재 한 권을 받고 집으로 가는 길이다.

아직도 머릿속은 고인돌에 주인공이 되어 공룡을 잡고 있고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다음 날 학원에 가서 또 고인돌 게임을 하려고 하는데 이곳은 분명 게임방이 아니고 학원이다. 선생님은 교재를 열어서 알 수 없는 기호와 규칙들을 설명해 주고 있다. 그리고 선생님은 나와 거래를 하나 한다.


선생님은 "오늘 내 준 문제를 모두 풀면 게임을 하게 해 줄게~ 열심히 해봐~" ,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어떡하지" 일단 시키는 대로 문제를 풀어보기 시작하는데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해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20분 만에 모든 문제를 풀고 나머지 시간에 신나서 게임을 하고 있다. "이야호~~"

고인돌
컴퓨터를 작동시키기 위해 그때 부른 부팅디스크는 "MS-DOS"이다.
MS-DOS는 Microsoft에서 만든 운영체제이며 오늘날 PC의 대표적인 운영체제인 Windows로 발전하게 된다. 그 당시에는 IBM PC와 애플컴퓨터(메킨토시)가 있었는데 매킨토시는 IBM에 비해 가격이 매우 비싸서 개인이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받았던 교재는 "GW-BASIC"이라는 IBM-PC에서 작동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Microsoft에서 만든 BASIC 언어이다. 그때는 내가 풀고 있는 문제들이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사람에게 "목적"과 "동기부여"는 체내의 각성의 효과를 가져오게 되어 자신의 두뇌의 최대 능력치를 활용할 수 있다. 그때 나는 게임을 하겠다는 목적과 동기부여로 인해 각성의 상태가 되었다.

목적이 이끄는 삶은 우리 모두에게 각성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7. 그냥 웃어주면 안 돼?

교재 한 권을 끝내고 나서 컴퓨터 학원은 그만두기로 한다. 외할아버지께서 중학교 입학하여 선물로 조립식 컴퓨터를 사주셨기 때문이다. 컴퓨터 문제를 풀지 않아도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나와의 궁합이 잘 맞았던 꿈을 내팽개치고 나의 갈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새롭게 사귄 친구들은 조금 이상하다. 갑자기 연예인 흉내를 하며 우리는 웃고 있다.


친구 따라서 나도 성대모사를 연습하여 누가 더 잘 따라 하는지 대결하고 있다. 이 때는 남희석, 박수홍의 "좋은 친구들"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고 극과 극 체험을 하면서 서로 말도 안 되는 성대모사 대결을 하는 것이 인기이다.

그때 성대모사를 하며 서로 웃어주고 비슷하지 않아도 서로 똑같다며 웃고 있다. 개그맨이라는 직업이 사람에게 웃음을 준다는 것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성대모사를 잘해서 웃었다기보다는 서로 웃어주는 것이 행복했던 것 같다.

요즘은 웃어주는 것도 계산이 있는 것처럼 보이며 매우 박한 세상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하는 것이 너무 선명한 세상은 결국 무리를 만들게 되고 질투의 세상으로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슬픈 일이다.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하는데 이런 현상은 소통조차도 할 수 없는 커다란 벽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억지스러운 호들갑은 소통에 마음의 문을 여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세상아~~ 얼마나 웃겨야 웃어 줄 수 있겠니?"
"얼마면 돼~~ "




퀘스트 보상으로 소프트 스킬 4개, 하드스킬 5개를 획득하셨습니다.

[INVENTROY]

(소프트 스킬)

호기심
보살핌
목표의식
각성효과


(하드스킬)

IBM-PC, Apple 컴퓨터 (매킨토시)
MS-DOS
GW-BASIC
Windows95


[쿠키]
외할아버지께서 사주신 인생 첫 번째 컴퓨터의 운영체계는 "Windows95"였다.
1995년 Microsoft에서 개발한 Windows95 OS는 선점적 다중 작업(Preemptive Multitasking) 모델을 도입하여 응용 프로그램 간의 자원 관리와 우선순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Internet Explorer 제품에 포함하여 배포하면서 운영체제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독점 현상을 일으켰다.
이 시기에 애플의 매킨토시는 시장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계기가 된다.

평행 우주에서 다시 본 "Windows95"는 정말 대단한 업적을 남긴 OS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30년 후를 지내는 나의 우주에서 사용되고 있는 PC와 모바일과의 차이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OS시장의 한 획을 그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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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돈,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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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 금)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과 구독 부탁드립니다.

- 케이시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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