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없었던 내친구

by 김송정머리터

제목 : 이름도 없었던 죽마고우 지은이 : 김송정



1.

동도 트지 않아 별만 밝은 새벽

앞마을 뒷산 松正 가지가지들은

꽃바람 간들 바람에 기지개를 켜고

이랑 비탈 산기슭에 아침이슬 머금고는

야들야들 봄 초들 자라네



학교 가기 전

누렁이 고삐 잡고 두 눈 비비며

미끈거리는 검정 고무신 싣고서

보리밭길 돌부리

엉겅퀴 걷어차며 밭두렁 지날 때

뒤따라 오다

재빠르게 보리 잎 한 잎 베어 문

누렁이와 두 눈 마주친다.



커다란 두 눈 깜빡이며

천연스레 꼬리 흔들며

길가의 잡초 뜯으며

못 봤다 눈감아 주라

나 한번 쳐다보고는

길가의 질긴 풀 뜨고선 못마땅한 듯

뒤뚱뒤뚱 걸어갔던 귀여운 죽마고우

이름도 지어 주지 못했던

커다란 내 친구



2.

앞마을의 뒷산은 아직도 밝은데

뒷산 골짜기 금세 어두워질세라

松月 가지 사이 낮달 걸치면

나는 바빠진 발걸음으로

하굣길 재촉하고 책가방

마루에 던져놓고서

간들바람 골바람에 식은땀 식히며

비틀비틀 산길 내려오는 죽마고우

마중 간다



이랑 비탈 잎새들은 어느새

억새풀로 자라고 아직도

배가 고파 내 눈치 살피고서

재빠르게 가을 고구마 순 한 잎

베어 물면 나는 못 본 채

뒤돌아섰다.

배부른 누렁이는 이제야

서산 달을 보았는지 나보다 앞서

걷는다.

이름도 지워주지 못해 미안한

커다란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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