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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준 Dec 18. 2018

[review]미드 나잇 인 파리

당신의 황금기는 언제인가요?

Midnight In Paris, 2011


만일 과거의 황금기로 돌아간다면?

가끔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현실의 내가 만약 역사 속 인물을 만나게 된다면, 그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을 영화는 원 없이 충실히 답한다. 그리고 나아가 그들이 모여있던 시간과 장소를 일종의 '황금시대'라 생각하고 하염없이 동경한다. 주인공 길이 그랬다. 하지만 어느순간 길은 아드리아나에게 현재(1920년)는 과거에 비해 형편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큰 깨달음을 얻는다.

사실 기술과 문화는 매순간 진보하고, 현재에 비하여 과거는 늘 불편하다. 항생제도 없고 심리 안정제도 없다. 그럼에도 왜 과거는 그렇게 그리울까? 원래 인간은 살아보지 못한 시대와 공간을 이상화하기 마련이다. 파리가 현지인에게는 생존의 공간이지만, 여행자에게는 낭만으로 다가온다. 영화 속 길의 말처럼, 21세기의 우리는 1920년대를, 1920년대에 그들은 1810년대를, 또 1810년대에 그들은 더 과거의 르네상스를 이상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란 늘 불만족스럽기 마련이다
"If you stay here, it becomes your present then pretty soon you will start imaging another time was really your golden time. That's what the present is. It's a little unsatisfying because life is so a little unsatisfying." - Gill

"여기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돼요. 그럼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상상속의 황금시대. 현재란 그런거예요. 늘 불만스럽죠. 삶이 원래 그러니까." - 길


파리를 여행하던 주인공 길(오웬 욀슨)의 저 대사만큼 현재를 잘 설명하는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과거가 되었을 때 그립고 더 애달퍼진다. 과거(겪어보았던, 겪어보지 못했던)를 그리워하는 것은 마치 인간의 숙명인 것 처럼 보인다. 겪어본 과거는 아쉽기에 돌아가고 싶고, 겪어보지 못한 과거는 미지의 영역이기에 돌아가보고 싶다. 어쨋든 과거란 돌이킬 수 없고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불만족 덩어리 안에서도 뚜렷한 만족을 찾아내야만 한다.


가장 빛나는 시절은 현재이다
Actually, Paris is most beautiful in the rain
- Gabriel

파리는 빗속에서 제일 예쁘죠.
- 가브리엘


엔딩크레딧 직전 가브리엘(레아 세이두)이 내뱉는 저 한 마디는 현재를 살아야 하는 우리의 가장 적절한 태도임에 분명하다. 잊지말아야 한다.

나의 경우에도 그랬다. 지금의 나는 20살 때의 나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20살 때의 나는 16살 때의 나를 그리워했다. 과거의 난 항상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항상 그 때가 황금기로 느껴졌다. 그렇다면 6년 뒤쯤(30살)에 나는 지금의 나를 분명 그리워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지금이 황금기임을 알고 매순간 충실하는 것이다. 깨달아야 한다. 진정한 삶은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삶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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