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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준 Dec 29. 2018

요즘 애들 버릇 없네

꼰대가 되는 중입니다

요즘 군대 밥 맛있다(물론 사진은 우리 부대 밥이 아니다)

부대에서 부하들과 넷이서 밥을 먹는 중이었다. 거의 다 먹어가던중 세네 숟가락 정도의 밥이 남았을까. 그 때 옆에 있던 이등병(내 소대원) 하나가 말을 꺼냈다. "소대장님 저 다먹었는데~ 먼저 가보겠습니다."


"응? 그래.. 상훈(가명)아. 먼저 가봐.. 하하.." 그리고 2분 뒤 대각선에 앉아있던 이병 상원(가명)이도 똑같은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요즘 이병 XX들 버릇 없네.


휴가 때 친구들에게 가장 먼저 꺼낸 말이었다. 나름 탈권위를 자랑하는 내가 봐도 이병들에 행동은 크게 버릇 없어 보였고, 옛날 군대를 다녀온 친구들에게 이병들이 얼마나 버릇없는지 동의를 얻는 일이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중대장님, 선임과 식사중에 다 먹고 내가 기다리는거 같아 부담스러울까. 일부러 다 먹었는데도 국 떠먹는 시늉까지 하는데말야. "역시 나는 예의 있고 이해심 많지만 요즘 애들은 버릇 없어. 끝." 일뻔 했었다.


01년생: 요즘 애들 개념 없어요.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 짤을 보고 뒤통수를 쎄게 맞은 것 같았다. 그리고 단순히 식사 예절말고, 그외에 내가 다른 상황에서 중대장님께 했던 말들을 곰곰히 떠올려 조용히 정리해봤다.


물론 06년생 분들도 버릇없는 요즘 애들 때문에 힘드시다


생각하보면 부끄러울 정도로 많은 말실수를 했었다. 개인주의를 넘어 예의 없는 행동도 있었다.


                        <본인의 군생활 망언 list>

- 중대장님 지금 나이의 복싱 배우시면 고딩한테 코피 터지십니다~

- 중대장님 저 몸이 안좋아서(방금 달리기 3km 뛰고옴) 오늘 회식 빠지겠습니다~

- 중대장님 만약에 이번에도 진급 떨어지시면 저랑 같이 내년부터 취업준비 하시는겁니까?

- 태풍! 중대장님 저 먼저 퇴근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저번주 월요일에는 나보고 중대장님이 대대장님한테 말실수한거 같으니까, 조심하라는 말을 하셨다. 난 그 말을 듣고는 삔또가 상해서 결산 회의 내내 정색하고 책상만 열심히 노려보고 있었던 기억이 났다.


사람은 가끔 참 간사하다. 내 언행은 개인주의적이고 자유분방하지만, 똑같은 행동도 뭔가 싫거나, 나보다 낮은 사람의 언행은 이기적이고 예의 없어 보인다.

밑에 사람에게 뭐라 하기 전에는 나부터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얘기 하다가는 꼰대라고 욕 먹기 쉽상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예전의 소크라테스는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부모에게 대들고 음식도 게걸스럽게 먹는다. 스승에게도 대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위대한 철학자마저도 수 천년 전 나와 비슷한 과오를 범했던 것이다.


우리는 꼰대 메타인지를 길러야한다.


메타인지 : 자신의 인지과정에 대해 생각하여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자각하는 것과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하며 자신의 학습과정을 조절할 줄 아는 지능과 관련된 인식


공부할 때 메타인지는 중요하다. 내가 모르는 것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적은 노력으로 최대한 학습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꼰대 메타인지를 연습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내 상태를 점검하는 거울을 가지고 다니자는 것이다.


꼰대메타인지라는 말은 없지만 굳이 의미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부하(또는 후배)들을 욕하기 전에 나는 그런 적이 없는지 생각해보자. 또 왜 그들이 그런 언행을 했을지 차분히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들과 나는 분명 다른 시대, 다른 상황에 놓여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나 때는 말이야~


그리고 "나 때는~ 안 그랬는데"란 말을 경계하자. "나 때는 ~"으로 시작하는 이 말은 중독성이 강해서 쓰다보면 습관처럼 쓰게된다. 특히 이 말의 중독자들을 회사와 군대에서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는데, 나는 그들을 '나.때.병' 환자라고 정의내렸다. 내 뇌피셜로는 우리 부대 상병, 병장의 30%는 이 속칭 '나.때.병' 환자이다.


갈림길


필요할 때 중요한 조언만을 해주는 멘토가 될지, 시시때때로 간섭하고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고)불필요한 훈계를 늘어놓는 꼰대가 될지 우리는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있다.

멘토는 평생 누군가의 아름다운 추억안에서 고마웠던 은인으로 기억되겠지만, 꼰대는 죽을 때 까지 뒤통수가 가려울 것이다. 물론 욕 잔뜩 먹고 오래 살길 바란다면 꼰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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