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지만 솔직한 고백
미약하더라도 다시 해보자는 다짐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가 무서워진 게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싸이월드에 빠져 살던 때는 다이어리 폴더에 나만의 감성을 마음껏 펼쳤었다. 대세가 싸이월드에서 페이스북으로 넘어갔을 때도 페이스북에 그때그때 짤막한 글을 끄적였고 '글 잘 쓴다', '표현력 좋다'라는 말을 더러 들었었다. 언제 적 얘기로 생색인가 싶지만 소싯적에는 글짓기 상도 몇 번 받았는데. 쩝.
찬찬히 곱씹어보니, 아마도 우울한 일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세상 속에서 숨고 싶어 졌을 때였던 것 같다. 내가 딛고 선 땅이 사정없이 흔들리는 것만 같았고 앞날이 그려지지 않아 눈물만 났던 그때. 그래도 우울한 마음을 돌려 돌려 페이스북에 간간히 남기곤 했는데 SNS의 대세가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가고 글보다는 사진 중심이 되면서 나도 물속에 잠기듯 그렇게 조용해졌다.
그때로부터 십여 년의 시간이 지났다. 만고의 진리와도 같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내게도 적용되어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지 오래다. 외국어와 운동은 꾸준히 해야지만 티가 난다고 하는데 글쓰기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기나긴 어둠 속에 웅크려 있다가 다시 글을 써보려 하니 손이 자꾸 멈췄다.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도무지 정리가 안 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다른 사람의 글을 우리말로 옮기고 다듬는 일에 열중했고 그 선에서 만족했다. 번역가로 활동하는 이상 어쭙잖은 글을 썼다가는 되레 망신살만 뻗칠 것 같았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제법 활발히 활동하던 어느 카페에서 다른 회원님께 '글을 잘 쓴다'라는 말을 들었다. 사실 주된 활동이라고 해 봐야 장문의 댓글을 다는 정도였고 그마저도 절대로 잘 썼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 회원님의 한 마디에 글 쓰는 걸 좋아하고 그게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던 옛날이 떠올랐다. 그렇게 다시 불꽃이 일렁이기 시작했고 가입은 진작에 해 놓고 변변한 글 하나 쓰지 못했던 브런치에 오랜만에 로그인했다.
이제부터는 짧은 글이라도 조금씩 남겨보려 한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도 미약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 뭐 어떠랴. 이걸로 뭐라도 한 건 해보겠다는 사심일랑 깡그리 내다 버리고, 그저 글이 내 생활의 일부였던 그때로 돌아가 보려 한다. 생각의 족적들을 남겨두면 나라는 사람을 나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리라 믿으며. 언제부터인가 도통 나도 나를 모르겠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