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정무역 제품은 예쁘지 않다.
2. 공정무역은 착한 사람들만 한다.
공정무역을 말할 때 이 두 가지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공정무역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중이다.
버려진 목재로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공짜'였기 때문이었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결과를 낸 런던의 소규모 두부 공장을 차린 이유는 런던엔 맛있는 두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사업이 지속 가능성에 기여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이 책은 런던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디자이너-메이커 13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이 실제로도 옳다는 공통점이 있다. (디자이너-메이커는 새로운 제품, 서비스, 콘텐츠 등 생활에 필수적인 경제재를 스스로 기획하고 개발하고 판매하는 1인 개발자와 크리에이터를 지칭한다.)
우선, 지속 가능성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지속 가능성이란 환경, 사회, 경제 중 무엇 하나 해치지 않으면 어떤 일이든 지속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요즘 탄소중립, ESG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 바탕이 되는 논리인 지속 가능성은 대략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친환경으로의 전환은 40년 전부터 차곡차곡 쌓여왔던 것이다.
이 책도 2013년에 쓰여졌다. 내용만 보면 적어도 최근 3년 안에 출간된 줄 알았다. 우리가 관심이 없었을 뿐이지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꽤 오래 전부터 꾸준히 이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피플 트리 대표 사피아 미니는 '공정무역 패션은 어때야 할까?'라는 질문을 통해 촌스럽다는 편견에서 벗어났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엠마 왓슨 등 그의 철학에 동감한 유수의 디자이너와 셀럽들이 브랜드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공정무역 패션계의 선구자가 되었다.
비단 친환경 이슈 뿐 아니라 소재와 기능을 중시하는 크리스포터 래번 같은 디자이너도 있다. 버려진 군복과 낙하산의 소재를 눈여겨 보고 이를 업사이클링해 아노락 같은 옷을 만든다. 그의 작업들은 런던의 리버티, 파리의 콜레트, 뉴욕의 바니스, 도쿄의 이세탄 백화점, 전세계 코르소코모 매장 등 패션 유행의 최전방에 나란히 입점되어 있다. 작업물이 시장성까지 갖췄다는 방증이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어떤 제품이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임금 지불, 환경 파괴 최소화 등의 공정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해서 값을 지불하지 않는다. 공정하지 않게 만들어진 제품보다 예뻐야 하고, 실용적이어야 한다. 피플트리와 크리스토퍼 래번의 제품은 이를 완벽하게 충족하고 있다.
피파 스몰은 공정무역 금을 취급하는 금속 공예가이다. 공정무역 패션이나 커피는 들어봤는데, 금은 또 뭔가 싶었다. 알고보니 금 채굴산업은 인류 최초의 환경 파괴 산업이라고. 금 반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 암석을 부수고, 수은 같은 화학 처리를 하고 노동자의 정당한 작업 환경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서부개척 시대의 골드러시가 떠올라 이 씁쓸한 역사가 꽤 오래 되었겠다고 추측한다. 또한, 얼마나 공정하지 않은 게 많으면 공정무역 금까지 나왔나 싶기도 하고.
더 소개하고 싶은 디자이너-메이커가 많지만 다 쓰다보면 점심식사가 너무 늦어질 것 같아 고심 끝에 딱 한 사람만 더 소개한다.
필요한 물건은 사지 말고 직접 만들어 쓰자는 욕구 때문에 7년간 신소재 개발에 매달린 비전공자가 있다? 그가 바로 실리콘 소재의 다목적 접착제 '수그루'를 개발한 제인 니 굴퀸틱이다. 욕조 마개를 사려고 목욕 준비하다 몇 번이나 잡화점을 오가면서 이 아이디어가 생각났다고 한다.(나였으면 그냥 목욕 안 했을 듯...)
그러나 이는 마치 뉴턴의 사과같은 사건이었는데, 그녀는 이미 조각을 전공하면서 손으로 형태를 만들 수 있고, 수정하기 쉬우며 오래 지속되는 물질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을 만든다면 여러 분야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를 단순히 '저 사람 착하네'라고 치부하기엔 그녀의 포부가 너무 원대하다. 공정무역 양탄자 기업 메이드 바이 노드 대표 크리스 호튼의 게임 이론이 이를 잘 설명할 듯하다. 공동의 선을 위해서라면 모두 협력할 수 있다는.
이 유토피아 같은 소리는 1994년 노벨상 수상자이자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존 내시에 의해 수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면, 파이의 크기가 커져 결국 개개인의 몫이 늘어난다는 장 자크 루소의 주장을 증명한 것이다. 또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협조적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이 경쟁적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나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거의 90%에 달한다고 한다.(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p.33 참조)
욕조 씨름(?)에서 탄생한 수그루는 사용자에 의해 다시 태어난다. 발명가가 생각지도 못했던 용도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소재와도 잘 붙지만 피부에는 붙지 않는다는 속성을 이용해, 단선되기 직전의 이어폰을 수리하거나 전자제품을 아이들을 위해 안전 처리를 한다.
또 산악인들은 응급상황을 대비해 수그루를 챙기기 시작했다. 우천 시 장비가 찢어져 체온 저하 등 안전 사고가 일어날 때 바로 장비를 수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 정말 신박하다. 이걸 보고 한 사람의 '착한 마음'이 세상을 바꿨다! 라고 나이브하게 말할 사람이 있을까.
세네갈 출신 생태학자이자 작가 바바 디움은 이렇게 말했다.
결국 우리는 사랑하는 것만을 간직한다.
수그루는 하나의 발명품을 넘어, 사랑하는 것과 오래 함께하기 위한 도구로 작용한다.
아직도 공정 무역은 예쁘지도 않고 좀 깨어 있는 척하기 딱 좋은 소비라고 생각하는가? 적어도 이 글이 둘 중 하나의 편견은 깨주었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