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토루아에서 만난 그 책,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by 워털루


가장 좋아하는 책이 뭐야? 라고 물으면


항상 돌려주는 대답이다. 아직까지는.




책 좀 읽고 싶은데 한 권 추천해달라고 하면


말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읽어야 할 마케팅 관련 책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냥 이야기 더미 속에 파묻히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영상을 보는 게 좋을 때도 있지만, 내 머릿속에서만 볼 수 있는 그림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뉴질랜드의 작은 마을 로토루아의 도서관에서 이 책을 만났다. 온 동네에 유황 냄새가 진동하던 그 곳.


배드버그에 물려 허리와 얼굴이 엉망이 됐던 그 곳. 유난히 비가 많이 왔지만 그마저도 아름다웠던 곳.




뉴질랜드 전국 배낭여행을 하면서 가장 오래 머무른 곳이었지만, 로토루아를 떠올리면 이 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여행을 다니면서 생긴 습관이 하나 있다. 그 지역의 도서관을 방문하는 것.(한국에서는 그 지역의 떡볶이집을 방문..) 어디에나 있지만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도서관은 모두에게 공짜이기도 하고.




신기한 건 뉴질랜드 깡시골이라도 한국어 책이 단 한 권일지언정 존재한다는 것이다. 오클랜드 같은 대도시는 'Korean' 섹션이 따로 있지만 보통은 'World Language' 섹션에 아시아권 책들이 모여 있다. 이 먼 곳까지 어떻게 흘러 흘러 들어오셨나, 어떤 대단한 책들이길래, 하면서 한국인이라도 만난 듯 꼭 가서 인사한다. 마치 나를 투영한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만난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고 3시간 정도 읽다 결국 도서관 문 닫을 시간에 나왔다. 정말, 몹시 책을 빌려와 밤새 읽고 싶었지만 지역 주민이 아니라 대출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다음날 일찍 가서 햇살 따사로운 오후쯤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더랬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면 내 집중력은 20분이 한계다. 그 이상은 그냥 버티는 거다.




책을 읽으면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채워지기도 하고, 한국이 더 그리워지기도 했다. 단순한 연애소설이라기엔 서울 곳곳에 대한 묘사가 너무 아름다웠다. 오죽하면 이도우 작가가 서울 곳곳의 땅이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고 했을까.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땐 00년대 감성이 좋았다. 그러나 남주가 너무 능숙해서 약간 한 마디 하고 싶었다. 저런 사람 만나면 마음 고생하기 딱 좋지, 하면서 책장을 넘기고.




여주는 또 왜이렇게 남주한테 휘둘리는 거지? 답답하네...라고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한테 안 휘둘려 본 사람이 어디 있을까. 또 욕하면서 보는 맛이 잘나가는 콘텐츠의 묘미이기도 하다.




한국에 가면 바로 이 책을 사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정말 그렇게 했다. 머지 않아 영등포 자취방으로 다시 짐을 싸 집을 떠날 때도 이 책은 함께였다.




꽤나 머리 쥐어 뜯게 되는 새로운 공부를 하다가 스트레스가 임계치에 다다를 때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 저녁 사먹을 돈으로 복권을 사거나 이 책의 아무 페이지를 펼쳐 읽었다. 어디를 읽어도 현실에서 나를 도피시켜 주는 것 같았다.




책을 덮는 순간 다시 척박한 현실이라는 사실에 힘들 줄 알았지만 의외로 그냥 다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었다.




근데, 이 책이 어떻게 시작했더라.


대충 어떻게 끝났는지는 알겠는데 시작이 기억나지 않는다.




제일 좋아한다고 해놓고서 어떻게 시작했는지도 까먹은 게 좀 우스웠다.




다시 읽으면 된다. 책의 이야기는 그럼 다시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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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글귀


+ 첫 장을 찍긴 했으나 이 글을 끝까지 읽은 분들이라면 소설을 궁금해하실 것 같아 직접 확인할 기회를 드립니다


++ 이 소설 어떻게 드라마화 안 될까요... 이건은 무조건 이상윤 배우여야 해요... 애리는 송하윤 배우, 선우는 이기우 배우 추천합니다..ㅎ 진솔은 여전히 모르겠네요. 제가 이 책 때문에 잠시잠깐 드라마 pd를 꿈꾸기까지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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