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14층 아파트의 베란다 창밖에서
하얀 햇살이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며
태양 아래에서 나오는 빛만큼만
창문에 걸쳐놓고
한가한 시간을 꺼내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바쁜데 약 올리냐고 욕하진 마
나도 할 일 해놓고 쉬는 거니까~
친구야~!
뭐하니, 설음식 준비하거나
모임에서 열심히 즐기고 있니~?
너무 무리는 하지 말거라
근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나팔꽃은 밤에 뭐할까~?
야망(밤에 원하는 것)이 뭘까~
친구는 야망이 뭐야~?
야망이 있기는 있지~?
나도 있는데~
여기서 말하긴 좀 그래~
엉덩이로 좋아하는 사람 이름
쓰기는 아니니까 상상에서 빼줘
야망이 없으면 한번 생각해봐
친구야~!
지난가을에 용산역에 피어있는
나팔꽃을 보았거든
야~~ 신기하더라고
그래서 핸드폰에 담아뒀어
함 봐볼래~!
예쁘지, 그렇지~?
기차 바퀴 힘차게 구르는 소음에
어떻게 버티고 사는지~!
왁자지껄 쏟아지는 8도
사투리를 모두 알아들을 수는
있는지~!
시커먼 매연과 오염에
꽉 막힌 콘크리트 사이에서
어쩜 그렇게 오연 하게 피어
있는지~
참 대견하길래 담아봤어
그렇게 보니 또 다른 느낌이
주기억장치를 간지럽히지는 않니~
친구야~~!
옛말에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
자식이 많다고 했는데
용산역 나팔꽃도 많이 피었더라고
이유는 나도 잘 모르니까
묻지는 마셔~~
코를 막고,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살아가는지~
아님 모든 것을 개방하고
공유하며 그 속에 녹아들어
자연이 되었는지는
나팔꽃만이 알겠지~!
빨리 나팔꽃 언어를 배워봐야지
친구야~~~!
햇볕을 바라보며 뻗어가는 것을
굴광성이라고 하는데
햇볕이 강해지면 개점휴업하는
나팔꽃의 성질은 뭐라고 하는지
친구가 함 알아봐 줘
보다시피 내가 바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