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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pr 01. 2016

14층 아파트

한가한 시간을 꺼내어~~

친구야~!

14층 아파트의 베란다 창밖에서

하얀 햇살이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며

태양 아래에서 나오는 빛만큼만

창문에 걸쳐놓고

한가한 시간을 꺼내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바쁜데 약 올리냐고 욕하진 마

나도 할 일 해놓고 쉬는 거니까~

친구야~!

뭐하니, 설음식 준비하거나

모임에서 열심히 즐기고 있니~?

너무 무리는 하지 말거라

근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나팔꽃은 밤에 뭐할까~?

야망(밤에 원하는 것)이 뭘까~

친구는 야망이 뭐야~?

야망이 있기는 있지~?

나도 있는데~

여기서 말하긴 좀 그래~

엉덩이로 좋아하는 사람 이름

쓰기는 아니니까 상상에서 빼줘

야망이 없으면 한번 생각해봐

친구야~!

지난가을에 용산역에 피어있는

나팔꽃을 보았거든

야~~ 신기하더라고

그래서 핸드폰에 담아뒀어

함 봐볼래~!

예쁘지, 그렇지~?

기차 바퀴 힘차게 구르는 소음에

어떻게 버티고 사는지~!

왁자지껄 쏟아지는 8도

사투리를 모두 알아들을 수는

있는지~!

시커먼 매연과 오염에

꽉 막힌 콘크리트 사이에서

어쩜 그렇게 오연 하게 피어

있는지~

참 대견하길래 담아봤어

그렇게 보니 또 다른 느낌이

주기억장치를 간지럽히지는 않니~

친구야~~!

옛말에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

자식이 많다고 했는데

용산역 나팔꽃도 많이 피었더라고

이유는 나도 잘 모르니까

묻지는 마셔~~

코를 막고,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살아가는지~

아님 모든 것을 개방하고

공유하며 그 속에 녹아들어

자연이 되었는지는

나팔꽃만이 알겠지~!

빨리 나팔꽃 언어를 배워봐야지

친구야~~~!

햇볕을 바라보며 뻗어가는 것을

굴광성이라고 하는데

햇볕이 강해지면 개점휴업하는

나팔꽃의 성질은 뭐라고 하는지

친구가 함 알아봐 줘

보다시피 내가 바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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