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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pr 01. 2016

목욕탕에 간 나팔이

응큼한 눈으로 보지 마셔~~

친구야!

옛날에는 설을 쇠려고

목욕을 하고 새 옷을 입고 했는데

요즘엔 그런 풍습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솥에다 물을 데워

커다란 고무대야를

제(재래식 부엌)로 옮겨와 임시 목욕탕을

운영하여

차례로 떼를 밀던 기억이

새록이면

나무로 된 부엌문 틈을 비집고

함께 씻자며 달려들던

차가운 겨울바람이

뿌연 안개를 만들어내던

그 시간들이 이제는

기억 속에서 마저 사라져 간다

뭐야~~!

친구는 안 그랬다고~!

에이 그랬음 말고~

친구야~!

하얀 나팔꽃 봤니~?

저번 추석에 성묘를 다녀오다

담았는데

글쎄 하얗게 피었더라니까~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명절이라고 목욕탕에 다녀왔나 봐~

친구야~~!

어렸을 땐 목욕탕에 가면

서로 등을 밀어주기도 하며

그랬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안 가본 지 오래되어서~!

야~~!

근다고 응큼한 눈으로 바라보지는 마

샤워는 자주 한다니까

보여줄까~

미끈미끈하지~?

등에는 때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이게 야한 얘기는 아니지~?)

혹시 밀어주고 싶으면

말해봐~!

기회를 줄게~

친구야~~~!

나팔꽃은 언제 목욕하는지 아니~?

이슬비 내리는 날 아침에 하더라고

많이 내리면 꽃잎이 문을 닫아

개점휴업에 들어가거든

샤워는 매일 하는 거 같아

가느다란 이슬을 몸에다 발라

깨끗하게 먼지를 지워내는

부지런한 꽃이 나팔이야~!

그런 꽃 본 적이 있니~?

함 봐봐

우리 같이 보게~

친구야~!

명절 잘 보내고 건강하게 만나자

이왕 할 거면

즐겁게 만들고

재미나게 준비하고

아름답게 효도하고

행복하게 다녀오고

확실하게 도와주고

건강하게 이겨내자고

그럴 수 있지~!

파이팅~

나 등 밀어 줄 사람 없어~?

참 부드러운데

정말 보드라운데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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