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 간 나팔이
응큼한 눈으로 보지 마셔~~
친구야!
옛날에는 설을 쇠려고
목욕을 하고 새 옷을 입고 했는데
요즘엔 그런 풍습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솥에다 물을 데워
커다란 고무대야를
정제(재래식 부엌)로 옮겨와 임시 목욕탕을
운영하여
차례로 떼를 밀던 기억이
새록이면
나무로 된 부엌문 틈을 비집고
함께 씻자며 달려들던
차가운 겨울바람이
뿌연 안개를 만들어내던
그 시간들이 이제는
기억 속에서 마저 사라져 간다
뭐야~~!
친구는 안 그랬다고~!
에이 그랬음 말고~
친구야~!
하얀 나팔꽃 봤니~?
저번 추석에 성묘를 다녀오다
담았는데
글쎄 하얗게 피었더라니까~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명절이라고 목욕탕에 다녀왔나 봐~
친구야~~!
어렸을 땐 목욕탕에 가면
서로 등을 밀어주기도 하며
그랬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안 가본 지 오래되어서~!
야~~!
근다고 응큼한 눈으로 바라보지는 마
샤워는 자주 한다니까
보여줄까~
미끈미끈하지~?
등에는 때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이게 야한 얘기는 아니지~?)
혹시 밀어주고 싶으면
말해봐~!
기회를 줄게~
친구야~~~!
나팔꽃은 언제 목욕하는지 아니~?
이슬비 내리는 날 아침에 하더라고
많이 내리면 꽃잎이 문을 닫아
개점휴업에 들어가거든
샤워는 매일 하는 거 같아
가느다란 이슬을 몸에다 발라
깨끗하게 먼지를 지워내는
부지런한 꽃이 나팔이야~!
그런 꽃 본 적이 있니~?
함 봐봐
우리 같이 보게~
친구야~!
명절 잘 보내고 건강하게 만나자
이왕 할 거면
즐겁게 만들고
재미나게 준비하고
아름답게 효도하고
행복하게 다녀오고
확실하게 도와주고
건강하게 이겨내자고
그럴 수 있지~!
파이팅~
나 등 밀어 줄 사람 없어~?
참 부드러운데
정말 보드라운데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