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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Mar 28. 2016

하얀 목련의 속살을 본 적 있니~?

목련의 궁둥이 좀 봐봐요

친구야!

하얀 목련의 속살을 본 적 있니~?

단어만 봐도 가슴이 설레지~!

그래서 함 담아봤다

우리 함께 볼까~~

환한 밤 속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마음으로 부르는 거야

두리번거렸더니

아, 글쎄 목련이 옹기종기 피었더라

염치 불고하고 살짝 담아왔다

예쁘지~~?

친구야~!

으스름 불빛 아래

하얀 목련이 가슴을 살며시

열어젖히는데~

그 속살이 얼마나 하얗던지

숨이 턱 멈추는 줄 알았다니까~

에구~~

엄살이라고~~?

아냐, 예쁘잖아

친구야~~!

보름달이 고갤 약간 비틀어

미색의 빛을 뽑고는

목련꽃에 둘둘 마는 옅은 밤에

목련이 수줍은 하품을 하더라

근데

그 모습이 노상 친구를 닮아서

보기에 참 좋더라~~

입김이 솔솔 흘러 가슴을 콕

찌르는데

왜 그리도 심장이 콩닥거리는지

어릴 적 작은 거짓말에

얼굴 빨개지며 처마 그늘에

숨던 심정이랄까~~


친구야~~~!

목련이 궁둥이를 내놓고

달빛 받아 목욕하는

고혹적인 그 자태를

혹시 본 적 있니~?

몇 모금 달빛을 오른손에 찍어서

슬쩍슬쩍 발라 내리며

뽀스락거리는 그 소리를

들어본 적 있니~?

친구야!

목욕탕에서 목련 셋이 나란히 앉아

등을 민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봤니~~?

아마 이런 모습이 아닐까~~!

군대 훈련

때를 밀던 기억이 아련히 밀려온

옷을 홀딱 벗고

일렬로 나란히 앉아서 밀었었지

친구야~!

어릴 적에 말이야

여름이 가까워진 토요일 오후

집에 가다가

냇가 약간 깊은 곳이나

웅덩이에서 가방벗어젖히고

감은 기억은 없니~?

그때 한 사람은

누가 오나, 안 오나 망을 봤잖아

친구도 그러한 경험있지~?

아주 어렸을 땐(저학년)

남녀 구분 없이 다 벗고 들어가고

고학년이 되어서는

따로따로 했을걸~~

서로 옷도 감추는 장난을 하기도

했을 거 같은데~

기억에 없음 어쩔 수 없고,

그때는 물이 참 깨끗했었던 거

같은데

우리가 어려서 그랬을까~!

친구야~~!

목련꽃 향기를 맡아봤니~?

도타운 꽃에 비해 깨끗한 향기가

부드러운 밤을 유혹하는 듯

하더라고~

어릴 적 개울에 멱감으며

숨겨놓은 친구와의 추억이

목련의 향기에서 슬쩍

베어 나오는데

밤의 목련이 참 예쁘더구나

시간 나면 한번 찾아봐~~

친구야~~~!

목련의 꽃말이 '고귀함'이라고

하더라~

가지의 끝자락에 저마다의

자리를 마련하고 피어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친구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들이

닮은 것 같아 무척 정겹더구나

그래서인지 보름달의 옷을

입고 있는 목련이 더욱

예쁘게 보였는지도 몰라~!

친구야~~!

목련의 또 다른 꽃말이

 '자연애'라고 하는데

자연의 깨끗함을 닮아서래

꽃이 피기 전 봉오리를 따서

말린 다음 차로 우려내면

달짝지근한 감미로움이

혀끝에 오랫동안 머물러

맛을 잊을 수가 없다더라


친구야!

밤이 깊어가는 시간,

목련 아래서 가만히 눈을 감아본다

목련의 깨끗한 향기가

어깨를 톡톡 건드리는데

마치 친구가 '뭐해?'하고

툭 치며 나타날 것만 같은

생생함이 그 밤을 무척 설레게

하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추억을 끄적거려본다


친구야~!

오늘도 깨끗한 목련의 향기처럼

깔끔하게 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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