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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Mar 29. 2016

다섯 장의 편지

꽃 편지를 써볼까~!

친구야!

진달래 한송이가 한강에 피었더라

선한 분홍의 맨 얼굴을

이른 아침 햇살에 굽고 있는데

진달래는 자외선에 괜찮은지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더라

이슬이 진달래 꽃잎에 자리 펴고

눕는다

미처 자리를 정돈하지 못한

이슬이 게으른 입술을 빨며

뒹굴뒹굴 아침을 굴리고 있다

햇볕이 동그랗게 손가락을 말아

엷은 분홍에 쌓여 아침을

헤매고 있는 이슬을 톡톡

털어내니

한강에 마실 나온 바람이가

잽싸게 낚아채어 주워간다

태양이 손가락을 곧게 세워

다섯 장 진달래 꽃잎에

편지를 쓴다

한장은

막 깨어나는 봄에게

마지막 몇 개의 날자를 업고

추위를 걷어내고 있는 삼월이를

달래어 보다 많은 꽃을 피워내라는

응원을 써 내려간다

또 한장은

혹독한 추위로 계절을 말아먹은

겨울더러 고생했다고,

잠시 쉬고 있다가

하얀 눈이 다 익어서 떨어질

12월이 되면 다시 찾아오라는

위로의 마음을 적어 내려간다

친구야~!

편지는 써봤니~?

어버이날 부모님께 쓰라고 해서

겨우 몇 자 적어서 보낸 편지가

다는 아니겠지~~?

학교 다닐 때 용돈 떨어지면

돈 올려보네라고 썼던

부모님 전상서는 몇 번이나

써봤을까~~!

군대에서 소총이 고장 났으니

고쳐야 된다고

거금의 용돈을 요구하며

올렸던 편지가 다는 아니겠지~!

그러고 보니 편지를 놓은 지가

30년은 된듯하다

이번 기회에 친구에게~

아니면 자신에게라도

편지 한번 써보면 어떨까~!

설마 편지지의 줄이 안 보여

편지를 못쓰겠다고

우기지는 않겠지

친구야~~!

예쁜 진달래꽃 편지지 석장이

남았구나

우정, 사랑, 행복을 위해서

분홍의 편지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자연에 남기는 아름다운 사연을

세상은 끝까지 기억할 거 같아

우리 함께 끄적여 볼까~~!

오늘 본 진달래가 정말 예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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