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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Mar 29. 2016

노란 시간

추억을 자근거려봐

친구야!

개나리가 3월의 문을 열고

빼꼼히 내다보고 있더라

그래서 얼른 담은 싱싱한 사진이니

한번 봐줄래~~?

네게만 보여주는 거라고~

설익은 노란색이 여린 꽃잎에

매달려

부끄러움을 살며시 내놓아

봄의 설렘을 속삭이는데

얼마나 예쁘던지~

한참을 들여다봤거든~~

네가 봐도 예쁘지~?

친구야~!

1971년 3월 엄마 손잡고

두려운 눈으로 해룡의 문을

들어서던 그날

우리가 만났잖아~

손수건 곱게 접어

옷핀으로 왼쪽 가슴에 달고

코 훌쩍이며

그때 우리가 거기에 있었잖아~

호기심보다는 낯섦이 컸던

음속 눈동자에 잔뜩

힘을 주고 엄마 쪽으로

몸을 붙였던 그때가

삼월이었잖아~~

기억나지~!

자기는 당당하게 들어섰다고~?

에이~~

니잖아~~

우리 우기지 말자고~~

친구야~~!

연한 개나리를 보니

그때의 시간이 사각거려

과거의 세월을 잠시 꺼내봤다

아픈 사연도 있을 거고

좋은 추억도 있겠지

노곤하기 쉬운 월요일에

잠시 여유를 입에 넣고

추억을 자근거려봐~~

그리고 오후에 시간 됨

꺼내 놓기다

알았지~!

친구야~~~!

부모님 뵈려 고향에 갔

잠시 시간이 되어

동천에 나갔다가

갈매기를 만났는데

다정히 무리 지어 노니는 모습이

친구를 닮았더라고~

3월 19일에 모임이라며~?

우면동에서

삶의 보따리를 풀어보자고

했더니만~

모두 나올 거제~?

갈매기가 장대 철교 난간에

한 줄로 서있길래 똥침을

해보고 싶어서 엉금엉금 다가가니

야 그놈들 눈치가 되게 빠르더라

괜히 무릎에 흙만 발랐

담에 가걸랑 한번 해봐~

친구야~!

청년기에는 젊음을 먹고살고

장년기엔 일로 바쁘게 살고

노년기엔 추억을 생각하며 산다

고 그러더라~

근데 추억이 거저 오는 게

아니잖니~!

방긋 웃는 목련의 꽃봉오리에도

가슴을 아련히 울려오는

영혼의 떨림을 느낄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그 추억을 모아 놓은 게

우리가 되도록 오늘~~

추억  하나씩 만들어보자

어때~~ 가능하지~?

그리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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