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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Mar 29. 2016

항아리의 고민

풍경소리 들어봤니~!

친구야!

겨울이가 차가운 바람이를

벗어내고

부드러운 봄이를 데리고 다니기

시작하니 어릴 적 생각에

항아리 사진을 뒤적이다가

물 길어 머리에 이고

줄줄 흘리며 나르던 생각을

끄집어 내본다

친구도 그런 기억이 있니~?

친구야~!

그때 겨울은 왜 그리도 춥던지

손은 꽁꽁 얼어 갈라져

속살이 빨갛게 보이고

누런 코는 휑한 콧구멍을

쉼 없이 들락이며

왠지 모를 촌스러움을 가득

느끼게 하기도 했지~!

공동우물에 길게 매달린 탈박을

(두레박 사투리)

잘 조절해야 물을 가득 채워서

올릴 수 있었지~~

남자는 양동이에 길어서 나르고

여자들은 머리에 이고서 날라

커다란 물독(항아리)에

채웠던 기억이 가물거린다

아마 물지게도 있어

한 번에 많이 나르기도 했었지~!

가뭄이 들면

줄 서서 기다리다 긷기도 하고

오밤중에 시커먼 우물 속에

탈박을 던지기도 했지~~

우물 속 처녀귀신 이야기가

횡횡했던 것도 무서움에서

길러낸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

친구야~~!

엄마 따라 양대기 머리에 이고

집에 오면 반은 흘려서

옷을 적신 기억이 있지~~?

등을 타고 흘러내린 물이

까만 고무신에 고여

질척거렸던 추억이 있잖아~

아니라고~!

에이 거짓말~~

시골에선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걸~~

학교 빼먹고

소띠끼로 가거나

깔을 베어 낫 던져 따먹기 하기

왜 위로 던져 낫이 땅에

꽂히면 이기는 경기 있잖아~!

그때는 풀도 더디 자랐지

친구야~~~!

날씨가 풀리니 어릴 적 추억도

풀려서 나오나 보다

암튼 저 많은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우려면 얼마나

걸릴까~?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

온다

친구야~!

풍경소리 들어봤니~?

절에 가면 처마 끝에 달려

댕그랑댕그랑 울어대던 선한

그 소리가 지금도 생생하구나

참 맑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근데 왜 물고기 모양을 달았을까~?

궁금하지 않니~!

누구 아는 친구 있음

얘기해줘 봐~~

친구야~~~

구수할 거 같아서 올려본다

너무 일에 매달리지만 말고

잠시의 여유를 즐겨봐~

눈이가 아파하잖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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