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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Sep 18. 2016

바람이 키를 대어 본다

한강, 2015.11.18

마포대교 밑에서

가을이와 바람이가 키를 대어 본다

꼭 같다.

그런데 서로가 조금 더 크다고 우긴다.

한강이 보니 둘이 똑같은데

괜히 제대로 볼 줄 모른다며

핀잔만 듣다가 돌아눕는다.

누가 더 멋있게 차려입고 나오는지

둘이서 내기를 한다.

가을이가 빨간 애기사과 무늬로 잔뜩

발라진 양복을 입고

용산에서부터 걸어 나오니

세상이 빨개진다.

바람이가 청바지에 애기사과를

주렁주렁 달고 하늘을 밟고 내려오니

단풍나무가 얼굴을 붉히고

까만 지퍼를 내리니

애기사과 몇 개가 툭 튀어나온다.

올 겨울 패션은 붉은빛으로 다가올 모양이다.

마포대교 난간에 빨간 미소를 바른

가을이와 바람이가 다리를 대롱이고 앉았다.

이랜드 유람선을 거꾸로 짚은

한강이가 양 눈에 힘을 주고

심사위원으로 초대되어

난처함을 얼굴에 줄줄 긋고 있다.

다르게 있었지만

서로 같은데~

다름을 말하라고 하니

입술에 침을 몇 번 바르다가

인천으로 줄행랑을 친다.

넓적한 플라타너스 잎사귀가

여의도 산업은행 옆 도로 위를

서로 장난치며 구르다

지나는 행인의 발을 밟는다.

잠들어 있던 가을이가 툭하고 튀어나온다.

어기적어기적 걸어오던 바람이가 손잡아 일으켜

한강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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