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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Sep 18. 2016

꽃무릇과 함께 걷다

보름달에 소원을 빌다

친구야!

추석이라 설렘이 깊었는데

바쁜 듯 살짝 지나고

까만 어둠이 고사리 손을 들어서

보름달의 눈을 가리니

가녀린 틈 사이로

보름달의 부드러운 미소가

보일락 말락

호기심을 부른다

친구야~!

보름달과 눈을 맞추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데~~

혹시 간절히 원하는 마음을

나누어는 봤니~?

빤히 들여다보는

동그란 눈동자에 고개를

돌려버리지는 않았니~?

아니면

바람이 어려워서

보름달이 구름으로

낮을 가리지는 않았니~?

친구야~~!

추석이라고

고향이 떠들썩할 줄 알았는데

예전만큼 시끌벅적은 아니더라

소싯적 느꼈던 추석은

저만치서 팔짱 끼고

서있고

흰머리 희끗희끗

쉰 살의  추석이

어정쩡한 모습으로

차에서 내리더구나

친구야~~~!

부모님은 찾아뵀니~?

떠나올 때

먼발치서 손 흔들고 계시던

고독을

사이드 미러가 커브를 돌아서며

놓아주지 않던~?

부스럭거리며 트렁크에 놓인

까만 비닐봉지를 펼치니

엄마의 정성이 뛰쳐나와

먼저 안겨

백미러 끝으로 들어가시던

엄마의 모습이

거기에서 손 흔들며

서 계시지는 아니하던~?

혹시

슬며시 돌아서며

눈물 한 방울 콕 찍어

보내는 아쉬움을

팔소매에 감추시던 모습이

까만 비닐봉지 맨 구석에

남아 있음을 모른 체 하지는

않았지~?

친구야~~!

즐거운 명절 끝에 마음이 가려워

도심의 모퉁이를 돌아서니

빨간 꽃무릇이

위로를 하는구나

오직 하나의 대롱을

길게 뽑아 올리고

빨강의 꼬부리 꽃 한 송이

피워내어

많은 사연을 끝 술에 달고 있는

상사화의 모습으로

그렇게

가만히 바라보고 있구나

친구야~!

슬며시 훑어내는 눈물방울

솔잎을 거울삼아 찍어내니

붉게 충혈된 눈가

다 지워내지 못하고

그리움 한 자락

또르르 굴러

꼬부리 빨강 뒷자락에

숨어드는 모습에

차 꽁무니 모퉁이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서서 계시던

엄마의 몸빼가

슬그머니 겹쳐서

하얀 물방울에 섞여 있구나

친구야!

꽃무릇은

꽃이 져야 부추 같은 잎이 나온데

화려함이 없어지는

가을이 되어야

초록의 잎사귀가 고갤 내민데

빠알간 꽃이 열정을

피워내야

그 정성의 감화로

다음 세대로 연결하는 뿌리를

만들기 위해

녹색의 건강한 잎이

늦은 가을에 역행해서 나온데

그래서

꽃과 잎이 서로  만날 수가 없데

친구야~!

그래도

추석이라 그런지

꽃무릇이 참 예쁘게 차려입고

마실을 나왔길래

함께 걸었다

이런 얘기 저런 사연

모두 풀어내는데

코끝이 찡하더라

부모님이 살아오신 삶을

귀찮다 말고

들어줘야 한다는 거 알지~?

꽃무릇이

빨간 눈물을 털어내는구나

친구야~~

오늘은 웃자

그래~

그렇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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