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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ug 08. 2016

시간을 열어 간을 맞춘다.

한강, 2015.11.16

마포대교 난간에 하루가 열린다.

가을이가 모처럼 해맑은 얼굴로 앞치마를 둘렀다.

오늘은 요리를 하려나~

바람이가 한강에 발을 담그고

떠내려 오는 시간을 건져 올려 냄비에 담는다.

팔뚝만큼 굵은 세월이 팔딱이며

냄비 뚜껑을 자꾸만 빠져나오려고 한다.

가을이가 한강을 들어서

냄비 위에 올려놓아 시간을 누른다.

11월 16일을 불쏘시개로

계절을 펄펄 끓인다.

오늘이 자꾸만 삐져나오려고 한다.

가을이가 한강에 떠다니는 유람선으로

주걱을 만들어 저어 보지만

한번 넘치기 시작한 세월은

멈추지를 않는다.

가을이가 시간을 열어 몇 스푼 간을 맞춘다.

딱 11월 16일에 맞는 량의 시간을 덜어내

골고루 뿌려서 섞는다.

쪼르르 달려와 마포대교 난간에 휘감긴

바람이에게 국자를 내민다.

조금 싱겁단다.

그래서 약간 더운 기운이 남아 있는가 보다

가을이가 노란 은행잎을 따서

바람이가 들고 있는 바구니에 곱게 담는다.

밑이 없는 바구니는 바람이 손을 타고 길 위에 눕는다.

은행나무가 노란 옷을 벗어

갈색의 거친 옷을 입고 겨우리로 혁대를 맨다.

정확히 11월 16일만큼의 넓이로~~

그렇게 오늘이 반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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