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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ug 08. 2016

한강이 세수를 한다

한강, 2015.11.5

한강이 따사로운 햇살을 물에다

잔뜩 풀어 세수를 한다.

굵은 빛줄기가 팔뚝을 타고 뚝뚝 떨어져

한강을 지켜온 황금빛 떡붕어 비늘에

자수를 놓는다.

“가을이 익어간다.”

가을 마포대교 난간에 앉아

다리를 대롱이며

한강이 세수하는 모습을 보다가

햇볕을 너무 많이 발랐다며

구시렁거린다.

“그렇지 않아도 가을이 바싹 말라가는데~~”

바람 궁둥이를 흔들며

마포대교를 뒤뚱거리는 25톤 덤프트럭

갈비뼈 몇 대를 빼내어 만든 빗으로

의 머리를 만지고 있다.

마포대교 아래 비탈진 양지에

능소화 한그루 늘어지게 기지 갤 켜더니

빠알간 손 길게 뻗어

가을을 줍고 있다.

그렇게 11월 어느 하루가

막 성글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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