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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Jun 07. 2016

가을이 녹아내린다

한강, 2015.11.4

마포대교에 11월이 내려온 지

네 번째 날로 들어섰다.

난간에 빽빽이 들어차 있던 가을이

몇 개씩 빠져나가고

겨울이가 자리를 잡아

다리를 대롱이고 있다.

가을이가 국회의사당 대로에

마실을 나온다.

가로등 불빛에 걸려서 파닥이는

가을밤이 안쓰러운지

주머니에 곱게 접어 챙겨 온

바람이를 꺼내어 닦아준다.

하얀 부스러기 잘게 기어 나와

세월을 얻어 타고

노오란 은행잎 속으로

녹아내린다.

푸른색 은행잎 하나하나를

노랗게 빗겨주던 가을이도

계절이 깊어가니

속이 상하는 모양이다.

풍요의 계절 가을에

듬성듬성 겨울이가 기웃거려

지금껏 가꿔온 시간을

헤집어 놓으니

혼자서 만들어온 세월이

서러운가 보다.

가로등 불빛으로 새겨 드는 은행잎이

온전히 노랗지 못한 이유는 ~

아마도 거기에 있나 보다.

아직도 가을이가 아침을 접지 못하고

은행잎에 매달려

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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