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손가락에 침을 잔뜩 바른
9월이
파란 하늘 가운데
콕하고 점을 찍으니
가느다란 햇볕 줄기 타고
가을이
실금으로 내려온다
친구야~!
하얀 코스모스 한송이가
가냘픈 고갤 길게 빼어
한들거리며 내려오는
가을이를 마중 나간다
친구야
함께 마중 갈까~?
친구야~~!
바람이 살랑살랑
엉덩일 흔드니
푸른 이삭을 끄덕이며 졸고 있던
벼가
가을이의 발굴림에 깜짝 놀라
얼굴이 노랗게 익어서
풍요의 향기를
끄덕이고 있구나
친구야
함께 구경 갈까~?
친구야~~~!
길게 늘어선 벼이삭이
도미노로 익어갈 때
카메라를 들이밀던
억새가
가을 햇살에 엉켜버린
보라색 머리카락 몇 올을
술렁이며
9월의 아침을 밟는구나
친구야
함께 가을이 주으러 가볼까~?
친구야~~!
가을이 내리니
가슴이 울렁이지 않니~?
혹시 가을이
친구를 찾아오면
설레는 감정을 막지 말고
그냥 느껴봐
벼 이삭처럼 노르스름하게
익어갈 거야
가을은 익어가는 계절이잖아
친구야
우리 함께 익어볼까~?
친구야~!
가을이 내려오니
조석으로 식어버린 햇살이
가슴을 꼬집어서
목이 아픈 친구들이 많은가 보다
함께 응원해 볼래~!
갈대도 보내줄게
친구야
힘내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