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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Oct 06. 2016

별에서 우리의 향기가 난다

새벽이 별을 쥐고 편지를 쓴다

친구야!

밤이 비어있다

불을 끄니

까만 밤이 창문으로 들어온다

몸을 눕히니

하늘이 높아지며

별 하나 창 속으로 들어온다

창은 카메라 없는

사진이 된다

친구야~!

밤이 까맣게 머리를 감는다

하얀 별을 비누 삼아

세 번 발라 문지르니

회색의 거품이 자라

새벽이 열리려고 한다

새벽은

멀리 있는 별빛을 먹고

밤에서 태어나는가 보다.

친구야~~!

밤이 새벽을 잡고 속삭인다

어디서 무엇하다 지금 오냐고~?

짙은 어둠이 무서워서,

까만 어둠에 길이 보이질 않아서,

먹먹한 밤이 너무나 어두워서

흰 별로 샴푸 할 때

그 빛을 플래시 삼아

겨우 찾아왔다고

새벽이 넋두 한다

지난 낮에 들판을 지나며

보았던

이름 모를 분홍의 꽃이

하도 예뻐서

살며시 들여다보다가

마음을 빼앗겨

이제야 왔다고 변명을 한다

두 눈 반짝이며 곱게 올려다보는

꽃의 눈망울이

진한 어둠에 박혀 있는

별을 닮아

차마 두고 올 수 없어서,

노란 풍요를

지긋이 지켜보는

연한 분홍을 떼어다

밤이 내리는 창문에

예쁜 커튼을 만들까

밤을 꼬박 새워 고민하다가

늦었노라고

새벽이 너스레를 떤다

친구야~~~!

네가 사는 곳에도

창문은 있지 않니~?

아마 그곳에도 밤은 있을 거야

별도,

그리고 새벽도 있을 거야

같은 밤을

공간을 달리해 함께 볼 수 있어서

좋구나

친구야~~!

밤이 희미하게 돌아 눕는다

조그만 별을 손에 쥐고

편지를 쓴다

하얀 글씨로 또박또박

추억을 끄집어내어

새벽을 그려간다

밤이 가려운지 꼼지락 거리는

바람에

새벽이 놀라서 하얗게 돌아눕는다

친구야~!

밤이 편지를 쓴다

낮에 보았던 분홍의 꽃 향기를

새벽 끝에 발라

회색의 추억을 뽑아서

잘게 써 내려가니

밤에서 분홍의 향기가 난다

친구야!

새벽이 옷을 입는다

밤이 써 놓은 편지가

옷 속에 스며들어

어릴 적 모아두었던 우리들의

분홍빛 추억이 한데 엉켜

별에서

우리의 향기가 난다

너도 저 별을 보고 있겠지~!

별이 창을 닫으니

새벽이 아침을 깨운다

친구야

일어나서 새벽이 쓰다만

오늘을 마무리해야지

파이팅해볼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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