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우리의 향기가 난다
새벽이 별을 쥐고 편지를 쓴다
친구야!
밤이 비어있다
불을 끄니
까만 밤이 창문으로 들어온다
몸을 눕히니
하늘이 높아지며
별 하나 창 속으로 들어온다
창은 카메라 없는
사진이 된다
친구야~!
밤이 까맣게 머리를 감는다
하얀 별을 비누 삼아
세 번 발라 문지르니
회색의 거품이 자라
새벽이 열리려고 한다
새벽은
멀리 있는 별빛을 먹고
밤에서 태어나는가 보다.
친구야~~!
밤이 새벽을 잡고 속삭인다
어디서 무엇하다 지금 오냐고~?
짙은 어둠이 무서워서,
까만 어둠에 길이 보이질 않아서,
먹먹한 밤이 너무나 어두워서
흰 별로 샴푸 할 때
그 빛을 플래시 삼아
겨우 찾아왔다고
새벽이 넋두리를 한다
지난 낮에 들판을 지나며
보았던
이름 모를 분홍의 꽃이
하도 예뻐서
살며시 들여다보다가
마음을 빼앗겨
이제야 왔다고 변명을 한다
두 눈 반짝이며 곱게 올려다보는
꽃의 눈망울이
진한 어둠에 박혀 있는
별을 닮아
차마 두고 올 수 없어서,
노란 풍요를
지긋이 지켜보는
연한 분홍을 떼어다가
밤이 내리는 창문에
예쁜 커튼을 만들까
밤을 꼬박 새워 고민하다가
늦었노라고
새벽이 너스레를 떤다
친구야~~~!
네가 사는 곳에도
창문은 있지 않니~?
아마 그곳에도 밤은 있을 거야
별도,
그리고 새벽도 있을 거야
같은 밤을
공간을 달리해 함께 볼 수 있어서
좋구나
친구야~~!
밤이 희미하게 돌아 눕는다
조그만 별을 손에 쥐고
편지를 쓴다
하얀 글씨로 또박또박
추억을 끄집어내어
새벽을 그려간다
밤이 가려운지 꼼지락 거리는
바람에
새벽이 놀라서 하얗게 돌아눕는다
친구야~!
밤이 편지를 쓴다
낮에 보았던 분홍의 꽃 향기를
새벽 끝에 발라
회색의 추억을 뽑아서
잘게 써 내려가니
밤에서 분홍의 향기가 난다
친구야!
새벽이 옷을 입는다
밤이 써 놓은 편지가
옷 속에 스며들어
어릴 적 모아두었던 우리들의
분홍빛 추억이 한데 엉켜
별에서
우리의 향기가 난다
너도 저 별을 보고 있겠지~!
별이 창을 닫으니
새벽이 아침을 깨운다
친구야
일어나서 새벽이 쓰다만
오늘을 마무리해야지
파이팅해볼까~!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