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꽃 한 송이 예쁘게 피었네
빨간 꽃 속에서
자그만 꽃술이
꿀벌의 입맞춤에 여물이 들어
엄마의 치마를 들추고
나왔네
여기 꽃 한 송이 풍요롭게 익어가네
세월을 곧게 세워 어깨에 메고
인정을 꺼내어 머리에 이고
백발이 성성할 때
허리띠를 헤치고
인생을 풀어놓네
여기 한송이 꽃이 저물어가네
세월이 들판을 되돌아보며
누렇게 익어가는 시간에게
내가 이제는
가야 할 시간 인지를 물으니
바람이 고갤 끄덕여
루이 16세 단두대에 생을
싹둑 잘랐던 경험으로
지나온 인연을 잘라낸다
그렇게 엄마는 나와의 선을
긋는다
엄마는 저기서 온화하게
웃고 있는데
곱게 바라보고 있는데
오라고 손짓하는데
손잡아 부르니
점점 멀어져 간다
차라리 부르지 말 것을
손잡지 말 것을
그러면 저만치 그대로
있었을 텐데
아쉽구나~~
엄마는 아프셔도 찾아가면
만날 수 있었는데
손잡아 만질 수 있었는데
밤새며 얘기할 수 있었는데
주름진 인생을 보여 주셨는데
엄마는
이제는 없는가~!
엄마~!
잘 가세요
그냥 편하게 보내드릴게요
그래도
내생에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엄마 딸이 될게
그때는
정말 재밌게 잘살아보자
잘해드리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
그래도
나
엄마의 이쁜 딸이었지~?
엄마
사랑해요~♡♡♡
내가 없는 곳에 가서는
아프지 말고 잘살아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잖아
알았지~?
잘 가~~~
이제 나도 쉴게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