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숙 Mar 31. 2022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


 초콜릿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초콜릿 공장을 만든 '윌리 웡카'. 과거 다른 회사의 비밀 스파이들이 그의 제조 비법을 빼내기 시작하자, 분노와 배신감에 휩싸인 웡카는 직원들을 전부 해고하고 공장 문을 영원히 닫겠다고 선언한다. 사건으로 인해 공장 문을 닫고 어떠한 외부인도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다. 초콜릿은 늙지 않지만 사람은 늙는 것. 어느 날 자신의 머리에 생긴 흰 머리를 발견하고 후계자를 찾기 위해 5개의 황금 티켓을 세계 각지에 배포한다.


Only a dummy would give this up for something as common as money.
(바보도 아니고, 돈처럼 흔한 것 때문에 이 귀한 것을 포기해?)

 

  주인공 찰리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 생일에만 초콜릿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생일에 받은 초콜릿은 당첨이 되지 않았고, 길에서 주운 돈으로 산 초콜릿이 당첨되어 공장에 가게 된다. 이때부터 찰리의 행운은 시작된다. 하지만 찰리는 두 마리 토끼를 손에 넣으면 세 마리 토끼를 풀어주는 착한 아이라서 집으로 돌아와 티켓을 팔겠다고 선언한다. 큰 돈을 요구한 사람이 있었다며 '지금 우리 집에는 티켓이 아닌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찰리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하지만 찰리의 할아버지는 "There's plenty of money out there. They print more every day. But this ticket... there's only five of them in the whole world, and that's all there's ever going to be. Only a dummy would give this up for something as common as money." (돈은 세상에 흔해. 매일 찍어낸다고. 하지만 이 티켓은 세상에 딱 다섯 장 뿐이야. 앞으로도 영원히. 돈처럼 흔한 것 때문에 이 귀한 걸 포기해?) 라는 말을 해준다. 할아버지의 말씀에 깨달음을 얻은 찰리는 결국 웡카의 공장으로 향한다.


 찰리와 함께 공장으로 향한 어린이는 독일의 아우구스투스, 영국의 버루카, 아틀랜타의 뷰리가드, 콜로라도의 마이크이다. (세계 각지에서 뽑혔다고 하나, 5명의 어린이 중 유색인종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웃픔' 포인트이다.) 아이들은 각자 성격이 드러나는 방법으로 티켓을 손에 넣는다. 평소처럼 초콜릿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먹다가 당첨이 되거나, 부모님의 재력을 이용하고 승부욕을 발동하고, 해킹능력을 선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성격이 문제를 일으켜 최후의 한 명이 되지 못한다. 황금 티켓을 가져다준 자신의 성격이 오히려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 것이다.

 초콜릿을 좋아하던 아우구스투스는 식탐을 부리다가 초콜릿 강물에 빠진다. 버루카는 웡카 공장에서 일하는 훈련된 소동물을 탐내다못해 훔치려다 화를 입는다. 뷰리가드는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가장 먼저 먹어보려다 부작용을 얻고, 마이크 역시 마찬가지로 웡카의 신기술을 사용하다가 부작용으로 몸이 콩알만해진다.

 나는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식탐을 부리고, 욕심을 내고, 호기심을 갖는 것은 오직 아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아직 보호자를 동행해야 공장을 견학할 수 있는 것처럼,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호자는 아이들 곁에서 그들이 욕망을 조절하고 적정 수준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지도했어야 한다. 어쩌면 윌리 웡카가 내세운 조건 중 '보호자 1인 동행'은 후계자가 될 아이의 집안 분위기를 살피려던 것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나는 아이들이 벌을 받는 모습이 자칫하면 '권선징악'의 구조처럼 보이거나 통쾌해보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내버려두는 부모, 혹은 아이가 정도 이상의 욕심을 부릴 때 그것을 부추기는 부모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Charlie & Willy
(찰리와 윌리)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찰리와 나잇값을 못하는 윌리 웡카는 비슷한 듯 다르다. 가족을 위해 행운의 황금 티켓을 포기하려는 어린이와 실없는 농담을 하고 무모한 시도를 즐기며 본인 위주로 생각하는 어른은 너무나도 다른, 어쩌면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다.

 초콜릿을 좋아했지만 치과 의사인 아버지 탓에 좋아하는 것을 맘껏 좋아하지 못했던 웡카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경제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버지 말을 거역하고 초콜릿 박물관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윌리 웡카는 가족을 잃었다. 영화에서는 아버지가 집을 통째로 옮겨 이사를 간 모습으로 우스꽝스럽게 표현되지만, 혼자 남은 어린 윌리 웡카를 떠올리면 마냥 우습지만은 않다. 반면 찰리는 따뜻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경제적으로 부족하였다. 결국 찰리는 웡카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마지막에는 윌리 웡카가 아빠를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준 것이다.

- Willy?     

- Hi, Dad.     

(윌리? 안녕, 아빠.)

 윌리 웡카가 가족을 떠나 초콜릿을 택하고, 절연하다시피 한 뒤 공장을 차린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는가? 아니다. 윌리 웡카는 가족의 사랑을 뒤로 한 게 아니라, 가족이 윌리 웡카를 쫓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웡카에게 가족은 필연적으로 뒤에 있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가족과 발 맞추어 걷는 법을 알려준 것이 찰리이다.


 윌리 웡카가 만든 초콜릿을 찰리가 구매하고, 그가 찰리를 공장에 초대한다. 찰리가 공장에 들어가니 윌리 웡카가 공장을 건네준다. 그러자 찰리는 윌리 웡카에게 가족의 사랑을 알려주며 일종의 순환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영화에는 다양한 순환적 구조가 나타난다. 찰리의 아버지는 윌리 웡카로 인해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다. 치약의 뚜껑을 닫는 단순 노동직에 종사하던 찰리의 아버지는 황금 티켓으로 인해 초콜릿 수요가 급증하자 해고 당한다. 남녀노소 초콜릿을 많이 먹게 되며 치아 관련 사업인 치약 공장이 떼돈을 벌고 비로소 기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치약 공장의 기계화로 인해 직장을 잃은 찰리의 아버지는 아들 찰리를 윌리 웡카의 공장에 보낸다. 원수의 집안에 장가를 보낸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하지만 장가 보낸 아들이 공장을 가져오는 쾌거를 이룬다. 이러한 순환적 메커니즘이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어릴 때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이 이제는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Everything in this room is eatable. Even I'm eatable.
여기 있는 건 모두 먹을 수 있어. 날 포함해서!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내가 아주 어릴 때, 동생과 거실에 나란히 앉아 형형색색의 사탕과 초콜릿에 눈이 팔려 있었다. 꾸덕하게 흐르는 초콜릿 강물과 탐스럽게 열린 사탕열매들. 당시에는 "Everything in this room is eatable." 이라는 문장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풀밭도 먹을 수 있대.", "너는 저 중에 어떤 것을 가장 먹어보고 싶어?" 따위의 대화를 나누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Everything is eatable" 뒤에 이어지는 "Even I'm eatable, but that is called cannibalism." (심지어 나도 먹을 수 있지. 하지만 우린 그걸 식인이라고 불러.) 이라는 문장을 들으며 배꼽을 잡고 깔깔댄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영화'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영화는 변하지 않는다. 내가 10년 전에 본 것이든 10분 전에 본 것이든 영화는 항상 나에게 같은 것을 내보인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이 변한다. 영화라는 것은 어쩌면 변화한 내 자신을 마주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함께 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내가 10년 뒤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보면서 어떤 감상을 느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줄 것임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