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에서 보낸 7년 - 횡성 시골 놀이

어릴 적 비 내린 후 동무들과 하던 놀이가 떠올라 긴 호미삽으로 물줄기를

by 구범 강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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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8. 28


횡성 시골 놀이


그 길고도 뜨거웠던 폭염의 여름 동안 로꾸꺼법칙센터 리셋 공사를 마치고 나니 참하게도 비가 내린다. 공사를 하느라 여기 저기 들쑤셔놓아 들떠있던 열기를 식히며 황토집을 차분하게 자리잡게 한다. 집 보러 올 때 내리던 비, 공사 및 입주 끝난 후 또 내리니 참으로 감사하다.


아내랑 둘째랑 오후에 원주 나들이 다녀온다. 어릴적 시골에서 도회지로 구경 다녀온 느낌이다. 귀가 후 주차를 하고 보니 강자갈 마당 한 켠에 얕은 호수처럼 물이 고였다. 어릴 적 비 내린 후 동무들과 하던 놀이가 떠올라 긴 호미삽으로 물줄기를 길게 내준다. 기다렸다는 듯이 고인 물들이 쪼르르~ 담돌 앞 배수로로 흘러든다. 내친김에 배수로 끝도 좀 더 파주니, 물이 잘 빠진다. 우산 쓰고 한 작은 일에 즐겁기도 하고, 또한 큰 일 한 듯 뿌듯하기도 하다.


한참을 구경하며 미소짓다가 고마운 호미삽을 창고가 아닌 벽에 세워 둔다. 어릴적 아버지는 일을 마친후 연장을 깨끗이 씻어 벽에 걸어두던 기억이 난다. 그 경물(敬物)의 단계까지는 못 가더라도 중물(重物)의 마음으로 벽에 세워두니 아버지와 동심이 오버랩되어 젖어든다. 횡성 시골 놀이에 행복한 오후된다.


구범 드림


++지금은 황토지오 생기방이 들어서, 넓은 강자갈 마당이 사라졌지만... 비 내리는 날이면 맨발로 강자갈을 걷기도 하고, 마냥 행복했었다. 그리고 그 풍경이 너무 이뻤다.++



『횡성에서 보낸 7년』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며 마주한 풍경과 일상을

사진과 짧은 단상으로 기록한 시화집입니다.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려 하기보다,

조용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마음의 흔적을 담았습니다.


잠시 멈춰 쉬어가고 싶을 때,

천천히 넘겨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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