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6. 공을 이루고 나면 물러나야 한다

노자에게 배운 '물러남의 미학', 그리고 장량과 한신의 이야기

by 구범 강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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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에서 가장 나라다운 나라 중 하나가 '한(漢)나라'일 것이다. 진나라 말기에 초패왕 항우(項羽, BC 232~202)와 천하를 두고 전쟁한 끝에 유방(劉邦, BC 247~195)이 이겨 세운 나라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온갖 망나니짓을 하고 다니던 유방이 귀족 가문의 천하장사인 항우를 이길 수 있었던 데는 훌륭한 세 참모를 거느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하의 전략가 장량, 행정의 달인 소하 그리고 불세출의 명장 한신이 그들이다. 큰 대업은 절대 혼자서는 이룰 수가 없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절대 훌륭한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백수생활을 하던 한신(韓信, ? ~ BC 196)은 큰 꿈을 품고 항우를 먼저 찾아갔지만 푸대접을 받고 큰 실망을 했다. 그 후 유방을 찾아갔더니 비범한 재능을 알아보고는 길일을 택해 목욕재계 후 예를 갖춰 맞이했다. 유방은 한신을 득한 후 드디어 항우를 이기기 시작했다. 만약에 항우가 한신을 얻었다면 초나라가 천하를 얻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후 유방의 승리에 일등 공신이었던 장량과 한신의 처신은 너무나 달랐다. 한신은 자신의 공을 내세워 제나라 왕 자리를 요구하여 즉위하는 등 여러 가지로 유방의 신뢰를 잃었고, 급기야는 유방의 부인인 여후의 꼬임에 빠져 비참한 죽임을 당하고 만다.


한편, 유방은 승리의 일등공신인 장량(張良, ? ~ BC 186)에게 제나라에서 3만호를 선택해 갖도록 하는 큰 땅을 하사하지만 정중히 사양하고는 오히려 병을 핑계 삼아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의 노후에 대한 몇 가지 설 가운데 하나가 아무도 찾아올 수 없도록 무릉도원처럼 깊은 산인 장가계(張家界)에 들어가 신선이 되었다는 것이다. 장가계는 장량의 후손들이 마을을 이뤄 사는 세계란 뜻이다. 분명한 것은 장량은 자신의 수명을 다 누리고 죽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후손들도 장가계를 이뤄 지금까지 복록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도덕경』 2장에 “공성이불거(功成而弗居) 부유불거(夫唯弗居) 시이불거(是以不去)”라는 말이 나온다. ‘공을 이루고 나면 거기에 머무르지 마라. 대저 머무르지 않기에 그래서 사라지지 않다’는 뜻이다. 어찌 이리 한신과 장량을 예언이나 한 듯이 써놓았을까? 정말 하찮은 작은 공이라도 있다면 은근히 공치사(功致辭)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텐데, 장량은 천하통일의 일등공신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머무르지 않았기에 역사의 이름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훌륭한 인물로 남은 것이다. 『도덕경』 9장에서도 “공수신퇴(功遂身退) 천지도(天之道)” 즉 ‘공을 이루고 나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다’라고 했다.


“공을 이룬 최고의 순간, 최고의 자리를 사양하고 물러나기가 과연 쉬울까? 그래서 노자의 제자들은 실패한 사람들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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