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지구(天長地久)’
1990년대 나온 유덕화 주연의 아름다운 홍콩 느와르 영화 천장지구를 봤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원제는 ‘천약유정(天若有情)’인데 한국에서 ‘천장지구(天長地久)’로 바꿔 개봉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천장지구”는 『도덕경』 7장 첫 구절로 나오는 말인데, 어떻게 『도덕경』에서 이름을 따 붙일 생각을 했는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홍콩에서 붙인 것도 아니고...
영화 속 젊은 두 주인공의 아름다운 사랑이 영원히 변치 않는다는 뜻으로 붙인 제목인 “천장지구”는 ‘천지가 장구하다’ 즉 ‘길게 오래 간다’는 뜻이다. 사실 천지장구(天地長久)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천장지구(天長地久)”로 어순을 바꾸어 표현한 것은 노자가 도치법을 즐겨 쓰기 때문이다. 『도덕경』의 내용도 깊고 뛰어나지만 이러한 표현방식이 문장력을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어 동양고전의 바이블 『도덕경』의 삼매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런데 천지가 왜 이렇게 장구하냐 하면 스스로 살려고 발버둥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살려고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뜻의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이 떠오른다. 살고자 하면 살고, 죽고자 하면 죽는 것이 이치일 텐데 어찌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것일까? 서로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말이 통하는 이러한 것을 ‘모순통일(矛盾統一)’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노자가 즐겨 쓰는 방편이다. 『도덕경』 22장에 보면 “곡즉전(曲則全) 왕즉직(枉則直)”이라는 말이 있는데, ‘휘어지면 온전할 수 있고, 구부리면 곧게 펴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못생긴 소나무는 잘려 팔려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제 생명을 다하며 선산을 지킨다. 그리고 지렁이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몸을 구부려야 한다. 말은 서로 모순되는 것 같지만 뜻은 서로 통하니, 그래서 모순통일이다.
영화 속 남녀 주인공도 사랑을 위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았기에 즉 살려고 매달리고 발버둥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이 영원히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살아있는 지도 모른다. 옛 영화를 또다시 한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주저하게 된다. 지금 영화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등 완성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옛날 영화로써 상대적으로 비교되어 실망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죽고자 하면 살게 되고, 비우면 오히려 채워진다는 모순통일적인 말들로 인해 인간의 사고는 더욱더 깊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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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의 81장 속 보물같은 구절들을 오늘의 언어와 감성으로 풀어낸 고전 산책 에세이입니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는 쉼표가 되고,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는 물 흐르듯 나아가는 길이 되어줄 것입니다.
특히, 전문CEO에게는 '무위경영(無爲經營)'에 대한 많은 통찰력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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