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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 Jan 05. 2024

소소한 행복

새로운 도전











쪼그리고 앉아 스티로품 상자의 바닥에 구멍을 뚫었다. 예쁘게 뚫을 필요도 없었다. 물만 잘 빠지면 될테니... 카터칼로 푹 푹 쑤셔 넣고 아무렇게나 자르다보니 바람에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날아 올랐다.


 '에이 괜히 시작했나?'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시작한 김에 해보자.'


 못생긴 구멍이 뚫린 스티로폴 상자 안에 굵은 돌들을 주워 담았다. 제주도 돌은 생긴건 울퉁불퉁한데 들어보면 의외로 가볍다. 어릴적부터 돌을 주워 놀았던 나는 돌을 들었을때의 가벼움에 놀란다.  울퉁불퉁한 모양과는 다른 어떤 것이 들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스티로폼 상자에 적당히 돌을 채워넣고 다 있는 가게에서 사온 흙을 상자에 채워 넣었다. 평평하게 흙을 고르고, 검지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골을 팠다.  마치 고랑을 파듯이...


언젠가는 심으리라 생각만 하고 모아놓았던 씨앗들을 꺼냈다. '청상추, 알배추, 모둠 상추.. 다 먹는 종류들이구만..'


파놓은 골에 씨앗들을 하나하나 심었다. 조심스럽게 흙을 덮었다. 물조리에 물을 채워 상자와 최대한 가까운 높이에서 물을 주었다. 상자안에 물이 가득차더니 이내 아래로 흙속으로 빠졌다. 


'아무렇게나 뚫은 구멍도 제 기능을 잘하고 있네. 크크크'


씨앗을 심고 나니 이상하게 뿌듯하면서도 배가 고팠다. 








삼일이 지나고


스티로폼 상자에 심어두었던 씨앗들에서 싹이 올라왔다. 옹기종기 올라와 있었다. '분명 골을 파고 일정하게 심었는데...'


물을 흠뻦 주면서 씨앗들이 이리저리 떠나닌 모양이다. 어떤 모양새든 올라온 새싹을 보는 내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겁다. 손으로 건드리기에도 조심스러울만큼 연약하다. 흙을 뚫고 올라온 연두색의 작은 잎새들을 보다보면 어느새 내 입가에 미소가 떠 있다. 




'귀찮고, 하기 싫고, 미뤄두었던 일이었는데..….3일 전 나 넘 잘 했다. 무럭무럭 잘 자라 잎이 커지면 삼겹살을 구워 먹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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